북핵 해법을 위한 대화틀이 6자회담 쪽으로 가닥이 잡힌 가운데 북미간 최대 현안인 체제 보장문제가 어떤 형태로 가시화될지 관심을 끌고 있다. 이와관련,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31일 "조약과 문서의 방법은 아니지만 북한 체제를 보장해줄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중"이라고 밝혀 체제보장안에 대한 미국의 구상이 거의 마무리됐음을 시사했다. 이수혁(李秀赫) 외교부 차관보는 1일 북한의 6자회담 수용 통보사실을 브리핑하는 자리에서 "북한이 다자회담을 수용한 것은 체제보장에 대한 입장이 정리됐기 때문인가"라는 질문에 "회담이 열려야 체제 보장이 논의될 것으로 안다" 면서 "미국은이 문제를 내부 검토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이 다자회담 수용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체제보장에 대해 현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여러정황상 미 행정부내에서 북한과 6자회담 테이블에서 논의할 체제보장에 대한 입장이 대충 정리됐고 그에 따른 여러 가능성에 대해 최종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단 미국이 검토중인 방안 가운데 의회 통과가 필요한 조약보다 북한이 다자회담에 나왔을 때 참가국들이 공동성명을 통해 안전보장을 약속하는 형태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도 최근 미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특정한 형태의 법적인 보장일 필요는 없다"고 언급한 것도 의회통과가 어려운 조약형태 보다 공동성명서 채택과 구두약속 등의 방안을 염두에 둔데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들은 미국이 지난달 2~3일 워싱턴에서 열렸던 한.미.일 3국의 북핵정책협의회에서 제시된 한국의 제안을 검토했으며 이번주를 고비로 마무리 할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관련, 익명을 요구한 외교 소식통은 " 북한의 체제보장을 놓고 미북간 막판접점이 이뤄지는 단계이며 북한은 조약 보다 느슨한 형태의 서약도 가능하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당시 이른바 '단계적, 포괄적 해법' 을 제시, 핵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 한.미.일 3국이 취할 단계적 조치를 정리하고 양측이 이를 동시에 시행한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첫 단계로는 양측이 서로에 대해 조건부 구두 약속을 하는 형식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즉, 북한은 핵포기를, 한.미.일은 북한 체제안전 보장을 약속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후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협정 준수, 미사일 실험중단, 기존 핵의 폐기 및 프로그램 중단 등을, 한.미.일은 대북중유공급재개와 경수로 완공을 비롯 각종 경제지원, 테러국가명단 제외, 제재조치 해제, 북.미 및 북일 수교, 불가침 서면보장 등을 차례로 시행한다는 구상이다. 미국은 한국의 안을 상당 부분 반영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파월 장관은 미국이 대북체제보장안에 대해 거의 결론을 내렸음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흘렸고, 이같은 움직임을 감지한 북한이 곧바로 러시아에서 6자회담 수용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편 5월 말 북한을 방문했던 커트 웰든 의원(공화.펜실베이니아)이 1년 기한의 불가침 조약 체결과 연 30∼50억 달러 규모의 대북 경제지원에 이어 2년째에 불가침조약을 체결하는 방안을 제시한 데 대해 북측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도 주목할부분이다. 웰든 의원의 기한부 조약체결안은 한국 정부의 `단계적, 포괄적 해법'과 상당부분 공통점이 있으며 한.미간 공식 및 비공식 채널을 통해 상당부분 교감이 이뤄진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에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연합뉴스) 문관현 기자 kh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