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이 1일 밝힌 성 군기 위반 사례는 간혹 터져 나오던 군내 성군기 사고가 전 군에 걸쳐 공공연하게 퍼져 있다는 것을 보여줘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장교가 사병을 또는 사병끼리 성추행하거나 남성 상관이 여성 장교를 성추행한 기존의 성 군기 위반과는 달리 창군 이래 처음으로 동성장교간 성추행까지 적발돼 그 충격을 더하고 있다. ▲실태 = 육군본부가 이날 밝힌 22건의 성군기 문란 사례 중 성추행은 5건, 성희롱은 17건이다. 성추행은 직접적인 신체적 접촉을 의미하며, 성희롱은 언어적 또는 가벼운 신체접촉을 말한다고 육군은 설명했다. 육군본부에 따르면 육사출신으로 육군 모 부대 대대장인 김모중령은 작년 1월부터 1년 6개월이 넘는 기간동안 직속부하인 A중위와 사병 10명을 자신의 사무실과 회의실, 지프 안에서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 이 같이 동성 장교간 성추행 사례가 적발된 것은 창군이래 이번이 처음. 부하들의 바지안이나 호주머니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성기를 만지고 부하들에게도 자신의 성기를 만지라고 했다는 것. A중위를 포함한 부하들은 상관의 지시를 그대로 따를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A중위의 고충을 들은 한 선배가 상부에 신고함으로써 김 중령의 범행은 일단락됐다. 육군 모 부대 교육과장인 이모 소령은 작년 8월부터 지난 6월까지 부하 사병 5명을 사무실에서 같은 방법으로 성추행해왔으며, 또다른 부대 행정보급관인 이모상사도 재작년부터 2년동안 내무실 등에서 부하사병 11명을 성추행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병사들끼리의 성추행도 잇따라 적발됐다. 육군 모 부대 이모상병은 지난 1월부터 후임병 2명을 내무반 자신의 옆자리에서 자게 한 뒤 성추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도 손으로 엉덩이를 툭툭 친다든지 "여자와 자봤느냐"는 등 성경험을 말해보라고 강요한 사례도 17건이 적발돼 징계회부된 상태다. ▲문제점 = 상명하복이라는 군의 특수성으로 인해 성군기 사고가 발생해도 상부에 제대로 보고되거나 신고되지 않는 실정이다. 더군다나 이같은 사실이 적발되더라도 이를 은폐하려는 군의 폐쇄성으로 인해형사처벌은 물론 자체 징계도 없어 쉬쉬하는 경우가 허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추행을 모호하게 규정하고 형량도 징역 1년 이하로 가벼운 군형법상 사전예방효과가 없다는 군 안팎의 지적도 있다. 김 중령처럼 동성애를 가진 군인이 사관학교나 신병교육대 시절부터 거를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것도 하나의 문제점이다. 상대적으로 육군이 해.공군에 비해 이 같은 사고가 빈발한 것은 사회와 완전 차단된 채 전국 요소요소에 음폐되어 있다는 지리적 특성도 한 몫한다는 지적도 일고있다. 육군 관계자도 "폐쇄적 병영관리를 개방적 형태로 바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30여명이 기거하는 협소한 내무반에서 매트리스 2장에 3명이 칼잠을 자야하는데다 성추행을 당하더라도 마땅히 고충을 털어놓을 만한 사람이 없는 등 시스템 부재역시 이같은 사고를 부채질하고 있다. ▲대책 = 육군은 언어적.신체적 성희롱, 성추행을 금지하는 성군기 57개항을 포함한 `병영생활 금지 행동강령'을 제정해 육군 일반명령으로 하달, 시행키로 하고위반시 명령지시 위반으로 군사재판에 회부하거나 징계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즉 `엉덩이를 툭 치는' 고의적인 신체적 접촉은 물론 피해자가 꺼리는 성적농담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 하나의 침낭속에 두 명 이상이 잘 수 없도록 하고 현재의 침상형 통합막사도 개인 침대형으로 바꾸기로 했다. 매월 성군기 위반문제에 대한 반복교육과 정기적인 색출활동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동성간의 성추행과 성희롱의 애매모호한 정의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빠른 시일안에 마련할 방침이다. 또 장병들의 인성검사를 강화하는 한편 동성애자와 이상성격 소지자를 조기 식별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을 추진중이라고 덧붙였다. 군내 성 고충 해소를 위해 군종장교와 군의관, 주임원사 등을 최대한 활용해 병영전문 상담관을 운용하는 한편 지역내 성직자나 교사들을 민간상담관으로 위촉하거나 각 중대 군종병과 법대출신 사병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추행 피해자는 본인의 희망에 따라 다른 부대로 전출 조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현재 실시중인 표준인성검사 시스템을 보완해 동성애자와 성벽자를 구별하는 것은 물론 신병교육대뿐 아니라 수백.수천명을 이끄는 지휘관 양성소인 사관학교 등에서 애초 동성애적인 또는 성벽자를 구분해 `도태'시킨다는 것 자체가 힘들어이 같은 대책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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