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북핵 회담에 대한 미국측 안을 "아주 최근에" 주중 북한대사관을 통해 북한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돼 그 배경이 주목된다. 29일 정부 당국자가 밝힌 "아주 최근에"의 시점은 27∼28일께로 추정되고 있다.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이 지난 17∼18일 워싱턴을 방문,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 등 미 고위관리들과 북핵회담 형식 등을 조율한 점을 감안하면,중국은 미국측 안을 곧바로 북한측에 전달하지 않고 1주일 이상 묵힌 셈이다. 북한의 `핵 재처리 완료' 통보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시간이 촉박한 상황인데도 불구, 중개자인 중국이 이렇게 `만만디' 행보를 보인 속사정은 무엇일까. 우선은 다이빙궈 상무부부장이 북핵특사 자격으로 북한에 이어, 미국을 다녀옴으로써 어느 정도 접점을 찾고는 있지만 회담 형식과 관련해 여전히 남아 있는 북-미 양측의 입장차이를 어떻게 절충할 것인가 하는 방안을 숙고했을 개연성이 있다. 시일이 촉박한 만큼, 한시바삐 북-미 양국을 포함한 관련 당사국들의 자리를 마련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회담형식에서부터 북-미간 입장차가 뚜렷한 상황에서조급하게 일을 추진했다가 낭패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음직하다. 우여곡절끝에 어렵사리 추진되는 이번 회담이 제대로 성사되지 못할 경우 북핵위기는 더욱 심각한 국면으로 치달을 것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북한에 전달한 미국측 안은 `예비회담' 성격의 3자회담을 먼저 갖고, 이튿날 한국.일본과 함께 러시아도 참여하는 `6자회담'을 여는 방안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이 3자회담을 확대 다자회담을 갖기위한 `설명회' 쯤으로 여기는 반면, 북한은 이를 적대시정책 철회 문제 등 북-미간 현안들을 진지하게 다루는 `실질적인 대화의 장'으로 삼으려 하는 등 입장 차이가 커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같은 중국 정부의 `시간끌기' 행보에 대한 다른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다이빙궈 상무부부장으로부터 중-미 조율결과를 보고 받은 중국 정부가 겉으로는 어떻든 조속한 대화를 원하는 듯한 북-미 양측으로부터 추가적인 양보를 이끌어내려는 심리적 압박 차원에서 `우보전술'을 사용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다이빙궈-파월 회담에서 회담형식등을 조율하는것 외에도 그동안 일관되게 주장했던 것처럼 북한의 체제안전 우려를해소시켜줄 미국의 추가적 조치를 요구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또 중국이 대북특사를 다시 보내 직접 북한을 설득하지 않고 `공식 채널'인 주중 북한대사관을 통해 미국측 안을 북한에 전달한 것도 상황의 중대성에 비춰볼 때`무성의한' 측면도 있어 그 의도가 주목되고 있다. 중국의 시간끌기를 책망하는 듯 미 국무부는 대변인을 통해 `유엔 안보리 북핵논의' 를 주장한데 이어 베이징에 머물던 존 볼튼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으로하여금 "만약 유엔안보리가 북핵 문제를 다루는데 실패할 경우 안보리는 국제적 논의에서 배제될 것"이라고 발언케 해 `모호한' 입장을 보여온 중국에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 이와관련, 윤영관 외교부장관은 "관련국들의 포지션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협상과정은 다이내믹하고 역동적"이라고 토로, 북-미-중을 포함한 관련국들의 협의 과정이 쉽지 않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경위야 어쨌든 중국이 미국측 안을 북한에 전달함에 따라 일단 공은 북한에게넘어 간 상태이며 북한이 어떤 결단을 내릴 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 유 기자 l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