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 전 장관이 새만금사업 판결에 항의하면서 사표를 낸지 8일째인 24일 우여곡절 끝에 허상만 순천대 교수가 새 농림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는 적임자를 확정하지 못해 발표시기를 계속 늦춰왔고,당초 인사추천위원회가 1순위로 올린 후보가 막바지에 뒤바뀌기도 했다. 특히 23일 밤 2시간여 동안 3명의 후보를 상대로 사상 유례없는 '집단면접'을 실시했다. 이번 신임 농림부 장관의 임명과정에서 고건 총리가 상당한 수준으로 장관임명 제청권을 행사한 것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정찬용 청와대 인사보좌관은 "허 장관으로 결정되기까지 고 총리를 세차례 찾아갔고 여러차례 통화도 했다"고 밝혔다. 고 총리는 23일밤 문희상 비서실장,이정우 정책실장,유인태 정무,문재인 민정,이해성 홍보수석,정 보좌관으로 구성된 청와대 인사추천위원회의 후보 인터뷰에 함께 참석했다. 또 24일 오전에는 문건으로 장관임명 제청권을 행사했다. 총리가 문건으로 이 제청권을 행사한 것은 처음이다. 청와대는 23일 오전 민병채 전 양평군수를 새 농림부 장관에 사실상 내정,공식발표 직전 단계까지 갔지만 결국 허 장관으로 교체됐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무엇보다도 도하개발아젠다(DDA) 및 자유무역협정(FTA) 등 민감하고 중요한 국제통상 현안을 앞두고 이를 다뤄나갈 역량있는 인물을 찾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 보좌관은 "민 전 군수가 1순위 후보"라면서 "민 전 군수도 무역업무 경력 등이 있어 농정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적이 있다. 노 대통령과 코드가 맞고 새만금 현안 등을 다룰 '지역안배'가 막바지에 크게 작용했다고 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허 신임장관이 마지막까지 경합한 민 전 군수나 박상우 전 농림부 차관을 따돌린 것은 일본 구주대 객원교수,미국 미주리대와 코넬대 객원교수 경력 등 국제 경험에다 호남출신이란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