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2일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송금특별법 거부권 행사에 대해 '국회 재의(再議)'를 포기한 것은 의석 분포상 현실적으로 법률로 확정하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재의 법안이 법률로 확정되기 위해선 재적의원 과반이상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2 이상 찬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석은 1백49석(54.8%)이고 자민련 10석이 가세하더라도 민주당에서 4분의1 이상이 표결에 불참해야 하기 때문에 재의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이다. 최병렬 대표는 "국회 재의요구는 형식적인 투쟁에 불과하고,의미가 크지 않은 재의는 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각에선 최 대표가 '1백50억원+α'외에 '고폭실험 자금 전용의혹'까지 수사범위에 포함시킨 특검법안을 강행 처리할 때부터 더 이상 특검법에 매달리지 않겠다는 의도가 있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당 지도부는 그러나 재의를 포기하면서도 "노 대통령의 특검법 거부는 민의의 대표인 국회를 무시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당 내 보수파들의 반발을 무마하는 한편 대선자금과 함께 특검법 문제를 대여공세의 소재로 계속 활용하겠다는 포석이다. 한편 민주당은 야당의 '재의 포기'를 일제히 환영했다. 문석호 대변인은 "한편으론 다행스럽고 다른 한편으론 스스로 탄생하지 말았어야 할 법을 정치공세를 위해 일방 강행 처리했음을 시인한 것"이라고 반색했다. 이재정 의원은 "1백50억원 수수설 부분은 일반 검찰이 다뤄야 할 사건"이라며 특검법 거부를 환영했다. 김형배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