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20일 북핵 문제가 대화를 통해 평화적이고 건설적인 방법으로 해결돼야하며, 북핵 프로그램은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폐기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양국 정상은 오후 청와대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또 북한이 다자대화에 조속히호응하도록 설득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계속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노 대통령은 북핵위기 논란과 관련, "6개월 전엔 미국과 한국에서 무력행사 가능성이 자주 거론됐고 실제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해우리 자본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던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세계가 평화를 강조하고 대화 방법을 모색하는 등 위기상황이 훨씬 가라앉고 안정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또 미국의 대북 접근 방식에 대해 "모든 협상에서 당근과 채찍이 번갈아 나오게마련"이라며 "지금 상당히 낙관적인, 낙관할 수 있는 여러 징조들이 보이고 있고,미국은 호의적인 발언과 압력을 균형있게 진행시키는 등 잘 대처하고 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블레어 총리는 "북핵문제는 평화적이고 건설적인 방법으로 해결되고 북핵이 해외로 수출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면서 "특히 다자회담에 북.미.중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도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핵을 포기하고, 핵을 해외에 수출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북한에 전달해야 한다"면서 "북한이 이를 수용하면 국제사회는 북한의 개방과 다른체제로의 전환을 도와줄 것임을 밝힌다"고 `북한체제 전환' 문제를 수차례 언급했다. `다른 체제로의 전환'에 대해 반기문(潘基文) 청와대 외교보좌관과 윤태영(尹太瀛) 대변인은 "북한 정부의 체제 변화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북한이 개혁.개방하는것에 적극적인 도움을 주겠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된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블레어 총리는 북한과 이라크의 차이점에 대해 "제가 이 지역을 방문하고 노 대통령과 핵문제를 논의했다는 사실은 북핵문제가 중요하고 회피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다만 이라크가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데 비해 북한은 선택의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난 1월 북한이 `국제사회의 도전'이라고 말했던 것은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이 국제사회에 주는 위협의 일부를 북한이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였다"며 "그러나 북한에 대해 위협하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선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양국 정상은 회견에 이은 만찬에서 정보통신과 생명과학분야 등에서 호혜적 협력을 강화하고 교육과 문화, 과학기술 면에서도 교류협력을 가속화하는 한편 대량살상무기 확산및 테러 방지, 이라크 재건 등에서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조복래 김범현기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