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북핵 문제 해법을 찾기 위한 적절한 회담 형식을 조율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북.미 양자회담을 고수하면서도 융통성 있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북.미 양자회담만을 강조해온 북한은 지난 5월 중순 이후 미국이 대북적대정책을 대담하게 전환할 용의가 있다면 '회담의 형식에 구애되지 않을 것'이라고 한발 물러서는 듯한 입장을 유지해오고 있다. 여기에다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부 부부장 방북을 계기로 이같은 입장은더욱 도드라지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14일 다이 부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우선 북미 간에 정말로 진지한 대화가 가능할 수 있을 지가 중요하다"면서 "그것이 된다면 3자 협의든 5자 협의든 우리는 대화의 형식에는 구애받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일본아사히(朝日)신문이 19일 전했다. 조선중앙방송이 18일 "핵문제 해결의 열쇠는 부시 행정부가 우리(북한)와의 진정한 대화에 나서는데 있다"며 "미국은 우리에 대한 압살기도를 버리고 핵문제의 공정한 해결을 위한 우리의 대화 제의에 호응해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과 중앙방송이 각각 언급한 '진지한 대화'와 '진정한 대화'의 의미는북한과 미국 대표가 단 둘이 만날 수 있는 여건만 보장된다면 어떤 형식의 회담이든개의치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백남순 외무상이 지난 6월 26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공화국 정부는 현재까지 당사국들과 유관국들 속에서 제의된 쌍무회담, 3자회담,다자회담 등 모든 형식의 대화를 적절하게 순서를 정해 다하자는 입장"이라고 밝힌데서도 알 수 있다. 북한이 미국과 먼저 '대화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것은 핵문제가 북.미간 '쌍무적 문제'임을 못박으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즉 북한이 핵문제 해결의 기본 열쇠라고 주장하고 있는 체제안전 보장 문제에대해 미국측으로부터 '담보'를 받은 뒤 후차적으로 유관국들이 참여한 회담에서 부수적인 사안을 논의하겠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선문대 북한학과 윤 황 교수는 "핵문제가 미국과 논의할 사안이라는 것은 북측의 확고부동한 의지"라면서 "그러나 미국측과 이를 직접 논의하기 위한 '중간 채널'의 필요성을 서서히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sknk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