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5일 대선자금 논란과 관련,"이번 기회에 여야 모두 2002년 대선자금의 모금과 집행내역을 국민 앞에 소상히 밝히고 여야가 합의하는 방식으로 철저히 검증받자"고 제안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문희상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작금의 대선자금을 둘러싼 논란은 정치발전에 도움이 안된다"며 이같은 의사를 밝혔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이 과정에서 경제에 주름살이 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윤태영 대변인을 통해 "지난해 대선자금에 대해 노 대통령이 아는 바 없으며,별도로 밝힐 내용도 없다"고 강조해온 터여서 이처럼 입장이 급선회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7시 문 실장,유인태 정무수석,문재인 민정수석을 관저로 불러 대선자금 공개와 대국민 검증 계획을 지시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13일 이들과 만찬을 하면서 이 방안에 대해 토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의 푼돈을 모은 돼지저금통으로 선거를 치렀다고 자랑해왔는데 이 모금액이 4억5천만원에 불과하다는 이상수 사무총장의 고백이 '돼지저금통 선거는 거짓말'로까지 보도됐다"며 "더구나 기업후원금 등 '뭉칫돈'이 2백억원대로 거론되는 점이 노 대통령에게 부담"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민주당 정대철 대표의 굿모닝시티 자금 수뢰에 이어 대선자금 발언으로 비롯된 논란이 여당-검찰의 갈등과 정권의 도덕성 훼손으로 확산되면서 국정운영 전반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판단,'정면돌파'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금공개범위와 관련,노 대통령은 대선자금 전체 규모와 용처,선관위 신고 금액,후원금 내역과 규모 등을 대상으로 하되 조사 주체는 선관위와 검찰이 바람직하나 여야가 합의한 기구나 특검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문 실장은 기자회견에서 "1백억,2백억원 등으로 여당의 대선자금이 노출됐고,야당 대표로부터 직접 조사와 특검이라는 말이 나온 이상 정치권 모두 고해성사 하듯이 국민과 역사앞에 모두 밝히자는 게 노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문 실장은 그러나 "개인적으로 특별법을 제정,면책규정을 둘 수 있다고 본다"며 "여야 합의하기에 달렸다"고 말했다. 정 대표의 검찰 수사문제에 대해 문 실장은 "만약 개인적 비리가 드러난다면 (특별법의) 면책대상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