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차 남북장관급 회담 사흘째인 11일 저녁 북측 대표단을 위한 환송 만찬이 신라호텔 2층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렸다. 만찬은 당초 이날 오후 7시에 예정돼 있었으나 공동보도문안 조율을 위한 실무 접촉이 길어지면서 2시간 가까이 지연됐다. 북측 김령성 단장은 "문제를 진지하게 협의하느라 늦었다"고 말했다. 일찍 나와 기다리던 남측 정세현 수석대표는 조성발 북측 대표를 가리키며 남측 관계자들에게 "조 대표 잘 모시라"고 말해 조대표가 실무접촉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양측 대표는 만찬사를 낭독한 뒤 곧바로 식사를 시작했다. 환송만찬은 환영 만찬때와는 달리 삼색밀쌈말이, 호박죽, 삼색전, 대하찜, 전복조림, 궁중신선로, 갈비살구이, 만둣국, 과일 등 정갈한 한식이 준비됐다. 다음은 정 수석대표와 김 단장의 만찬사 전문.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일을 하다보면 이런 일이 생기지만 남북관계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이라고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오늘은 평양에서 오신 북측 대표단과 우리측 회담관계자, 남북관계 전문가를 모신 가운데 조촐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지난 이틀 동안 남북의 대표들은 새로운 시대에 맞게 생산적이고 실질적으로 또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하며 합의점을 찾으려 노력했습니다. 이제 회담 하루만을 남겨 두고 있습니다. 12시간도 채 안남았습니다. 그러나 밤이 깊으면 새벽이 가깝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직도 논의하고 해결할 사안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쌍방 대표들이 더 넓은 마음으로 상생의 지혜를 모은다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3년전 이 자리에서 남북은 공동 이익을 추구하고 신의와 협력의 정신으로 실질적인 결실을 내놓는 회담을 진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11번째 회담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약속을 더 깊이 되새기기 위해 우리 대표들은 혼신의 힘을기울여야 하겠습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공동번영이 실현되기를 바라는 온겨례의 기대가 우리 대표들의 어깨에 지워져 있기 때문에 오늘 저녁 이렇게 북측 대표단을 모신 만찬 자리가 우리 대표단에게 주어진 책무를 완수하는데 일조하는 진솔한 대화와 화합의 자리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끝으로 김령성 단장의 건강과 이번 회담의 알찬 결실을 기대하면서 건배를 제의합니다.』 『오늘 저녁 이 연회에 참석하신 여러분. 오랜 기간 기다리게 해서 미안한 감을 표시합니다. 우리 속담에 진통이 크면 순산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회담의 문제가 중요해서 북남 대표들이 진지한 협의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오늘 회담에서 온겨레에 기쁨이 될만한 훌륭한 결실이 맺어지리라 확신합니다. 이처럼 동포의 정이 넘치는 뜨거운 자리를 마련해준 정세현 수석대표 선생에게 감사합니다. 이번 11차 북남상급회담은 산적된 문제의 중요성으로 진지한 논의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조선반도에 조성된 긴장에 대한 분석, 평가와 함께 6.15 선언에 기초해 북과 남이 힘을 합쳐서 밀려오는 전쟁위험을 막고 민족의 안녕을 위한 북남의 화해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당면한 실천적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북과 남이 6.15 기본정신을 귀중히 여기고 그 기본정신대로 북남이 힘을 합쳐서 조성된 난국을 타개하고 민족의 운명을 공동으로 개척하려는 우리의 확고한 의지를 표시합니다. 우리 제안은 북과 남에 관계없이 우리 민족에게 덧씌어진 전쟁 위기를 막고 평화를 수호하고 애국애족의 길에 겨레 모두가 보조를 맞출 수 있는 원칙적이며 적극적인 문제해결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북남 관계 개선과 민족의 통일 번영의 이정표가 되는 6.15 공동선언 정신에 제동을 거는 어떤 책동도 용납해서는 안되며 더욱이 거기에 동조해서도 안됩니다. 그 어떤 외세도 나라의 평화와 우리의 통일번영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지금 그 누구의 눈치를 보거나 사태의 엄중성을 우려하면서 속수무책으로 앉아 있을 때가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민족의 존엄과 슬기가 있고 민족의 안전과 장래 운영도 전적으로 우리 민족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나는 남쪽의 동포들도 민족의 존엄을 지키고 그것을 지켜나가기 위한 거족적인 투쟁에 함께 나갈 것을 믿습니다. 함께 선택한 6.15정신의 이정표를 따라 민족 운명을 개척하는 길로 힘차게 나갑시다.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를 수호하고 화해 협력의 길에서 이번 회담의 성과를 기대하면서 건배를 제안합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