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업 등 노사관계가 후진성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노조가 유별나서라기보다 정부가 노사문제를 '시장원리가 아닌 정치논리'로 풀려고 하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됐다. 또 정부가 민간기업의 노사에 대해 노동시장의 유연성(해고의 자유)을 강조하기 전에 정부 스스로 '철밥통'인 공무원을 보다 쉽게 해고할 수 있게 '공무원해고권'을 만들어 기업들처럼 탄력적인 인력운용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경제신문 후원으로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경영환경개선운동본부(본부장 노부호 서강대 교수)가 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정책토론회 '한국노사관계의 발전방향-공공부문을 중심으로'에서 학계 전문가들은 한국 노동시장의 문제점을 이렇게 분석하고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다. ◆ 불법파업은 노조 탓이 아니라 정부 탓 =노사문제가 꼬이는 것은 정부가 노사문제를 시장원리가 아니라 정치논리로 풀려고 하기 때문이다. "불법파업이라도 먼저 대화나 타협으로 해결해야 한다" "우선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불법행동에 대해 차후에 처벌한다"는 정부 관계자의 발언은 노조의 교섭력만 키워줄 뿐이다. 노사간 교섭력 균형을 위해서는 노동조합의 불법파업비용을 제대로 물리는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따라서 '무노동-무임금' 원칙과 불법파업으로 인한 사측의 손해배상청구의 권리는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 폭력과 파괴행위가 있을 때만 손배소 권리를 인정하겠다는 생각은 현실인식이 결여된 것이다. 한국의 노조가 유독 파렴치해서가 아니라 불법파업을 하는 것이 남는 장사가 되게끔 정부가 그런 환경을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 노동시장 유연성 강조하기 전에 정부(관료)스스로 '철밥통'부터 깨야 =공무원이 노조를 결성하는 것은 정당하지만 노조가 없는 가운데 민간기업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자리보장이 잘돼 있는 직업공무원제도, 이른바 '철밥통' 상태를 내버려두고 노동권을 새로 보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현재 공무원은 노동ㆍ서비스 시장에서 모두 독점적 지위를 향유하고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정년보장에 의해 해고위험이 없는 상황에서 공무원 노조의 교섭력을 키우는 것은 곤란하다. 정부가 민간에 대해선 '노동시장의 유연성(해고를 쉽게 하는 것)' 정책을 펴면서 스스로는 '철밥통'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