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건강하게 살아계세요", "여보 잘 가시오" "통일될 때까지 사셔야 합니다" 떠나는 혈육도, 남은 혈육도 모두 울었다. 2일 오전 제7차 이산가족 상봉단 2진의 마지막 날 작별상봉이 벌어진 금강산 남측 온정각 앞마당은 눈물과 통곡으로 가득찼다. 지난 이틀간 교차된 기쁨과 슬픔속에서 심신이 쇠약해진 일부 고령자들은 끝내작별상봉을 갖지 못하기도 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0..남북 이산가족들은 이날 오전 9시부터 1시간이 채 못되는 짧은 시간동안 온정각 작별행사장에서 마지막 작별상봉을 가졌다. 작별순간이 다가오면서 북측 가족들이 온정각 앞마당에 주차돼 있는 3대의 버스에 오르기 시작하자 남측 가족들은 따라나가면서 끝까지 손을 놓지 않았다. 마침내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남측 가족들은 버스를 따라가거나 발을 동동구르며 시야에서 멀어지는 혈육의 얼굴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온정각과 김정숙휴양소를 가르는 5m넓이의 도로는 `단장(斷腸)의 휴전선'이 됐다. 김정숙휴양소의 철책은 이들의 가슴속에 또 한 번 분단의 슬픔을 새겼다. 0..남북 가족들은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는 부모와 형제, 자매, 아내 등에게 서로의 주소를 다시 확인하고 사진을 교환하는 등 마지막 순간까지 필사적으로 정을나눴다. 북측 리규태(76)씨는 53년만에 재회한 남측 아내 곽호임(73)씨가 이틀간 상봉의충격으로 작별상봉에 나오지 못했다는 말을 듣고 "왜 그러냐. 어디아 아프냐"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남측 조카 이재호(64)씨는 "아침에 식사도 제대로 못하시고 온정각까지 오는 차안에서 쓰러지셨다"면서 "첫날부터 이산의 충격이 컸던 것 같다"고 말끝을 흐렸다. 곽씨는 남편이 도착하기 직전 건강상태가 악화돼 현대 금강산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평소 협심증을 앓고 있던 곽씨는 이날 작별상봉을 위해 온정각에 오는 과정에서실신했다. 의료진은 산소마스크를 씌우고 혈압과 심전도를 확인하는 등 응급조치를했는데, 검사결과 혈압은 40∼70으로 급격히 내려갔다. 곽씨는 위험한 상태는 아니지만, 배편으로 옮길 상황은 아니어서 육로를 통해남쪽으로 후송됐다. 0..북측 김경종(72)씨는 마지막날까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김용연(99) 할머니에게 "어머니 잘 주무셨어요"라며 대답없는 문안인사를 드렸다. 경종씨는 삼일포 나들이에서 찍은 사진들을 하나 둘 넘겨보며 "가져가서 애들에게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경종씨는 이어 "우리나라 풍습은 장남이 부모님을 모시는 것인데 셋째 동생이모시고 있어 고맙기만 하다"고 말했다. 0..북한 인민배우 유경애(83)씨는 동생 경희(81)씨가 자신이 쓰던 스카프를 목에 둘러주자 "네 체취가 배어 좋구나"라며 애써 웃음을 지었다. 북측 큰 외숙부 김홍정(68)씨를 만난 최대선(30)씨는 선물로 전달한 약병의 모양을 일일이 그려가면서 복용방법을 설명, 건강을 기원했다. 남측 동생 홍건식(62)씨는 북의 형 관식(76)씨에게 전날 사준 돋보기를 직접 끼워주며 "이걸 쓰면 다 잘 보이실 것"이라며 앞에 놓인 음료수 캔의 글씨를 읽어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0..앞서 1일 삼일포에서 북측 조선적십자의 장재언 위원장은 남측 홍소자 단장(대한적십자 부총재)과 함께 이산가족들의 참관상봉을 둘러보던 도중 부친을 모시고온 맹형규 의원(한나라당)을 찾아가 악수를 했다. 장 위원장은 맹 의원의 귀에 대고 "한나라당이 잘 좀 도와주십시오"라고 말했고,맹 의원도 활짝 웃으며 반갑게 맞이했으나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다. (금강산=연합뉴스)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