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용군으로 징집돼 생이별한 남편 김관수(72)씨를 50여년만에 만난 권점순(69)씨는 상봉장에 들어선 남편에게 "당신 내 영감 맞아?"라며 얼굴을 묻고 울음부터 터뜨렸다. 남편 김씨는 "천천히 얘기하자. 눈물 흘리지마라"며 아내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남편이 죽은 줄 알고 재혼했던 권씨는 "살아있었으면서 왜 이제야 연락했느냐.새로 시집갔어도 53년간 하루도 잊어본 적이 없다"며 그간의 그리움을 쏟아냈다. 권씨는 쭈글쭈글한 남편의 얼굴을 보면서도 20대 싱그러웠던 신랑의 얼굴을 떠올리며 "그동안 한 때문에 가슴 속에 멍이 다 들었다. 그래도 당신을 이렇게 만났으니 이제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했다. 권씨는 결혼 3년만에 의용군으로 남편을 보내고 2년 후 남편에 대한 소중한 기억의 끈을 이어주던 딸마저 홍역으로 저 세상으로 떠나 보냈다. 이후 재혼해 5남매를 둬 모두 출가시키고 재혼한 남편도 10년전에 세상을 떠나현재 충북에서 혼자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권씨는 남편 김씨가 재혼해 5남매를 뒀다고 하자 "마누라 두고 잘살아 고맙다.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말도 못하게 보고 싶었다"며 "재혼했던 사람에게도 당신이다시 나타나면 당신한테 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애틋한 사랑을 표시했다. (금강산=연합뉴스)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