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2진의 상봉에서 북측 취재진의 스포트 라이트를 가장 많이 받은 인물은 단연 만능배우 출신 유경애(83)씨였다. 푸른 한복 저고리에 '김일성훈장'과 '노력영웅훈장'을 달고 입장한 유씨는 남의언니 경순(87)씨, 남동생 정식(78)씨 등과 반세기 만에 감격의 해후를 했다. 언니 경순(88)씨는 북의 동생 경애(83)씨가 채 테이블로 오기 전부터 "어머 경애야. 경애야"라고 소리높여 부르며 달려나가 손을 잡았다. 경순씨는 "이게 얼마만이냐"라며 손으로 동생의 얼굴을 어루만지자 경애씨는 반가워하면서 "인민배우로서 영예롭게 잘 살아왔다"고 얘기했다. 경애씨는 1945년 조선예술영화촬영소가 제작한 북한의 첫 영화 '내고향'에서 남자 주인공의 애인역을 맡았으며 북한 예술인 최대 영예인 인민배우와 공훈배우 칭호를 동시에 받기도 했다. 유씨는 반세기만의 혈육들과 상봉의 즐거움도 잊은 듯 큼지막한 보따리 하나를테이블에 올려 놓았다. 보따리 안에는 북한의 훈장 등 각종 포장증서가 가득했고, 특히 고 김일성 주석과 찍은 2장의 사진, 김일성 저작집 44권, 20여개의 훈장 등이 눈에 띄었다. 김 주석과 찍은 두장의 사진은 김 주석이 손수 평양 인민문화궁전으로 그를 초청해 찍은 사진이었다. 유씨는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선물명세(서)'도 보여줬다. 1995년김 위원장의 53회 생일을 맞아 조선노동당이 보낸 명세서에는 통조림세트 1조, 술 2병, 산꿀 1병 등 14가지의 소비품이 들어 있었다. 경애씨 가족 테이블 주변에는 북측 기자 9∼10명이 몰려들어 집중적으로 취재하기도 했다. (금강산=연합뉴스)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