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하와이 호눌룰루에서 개막된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에서 북한 경수로 건설사업 중단 여부가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한.미.일 3국이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TCOG 회의 한국측 수석대표인 이수혁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이날 한미.한일 양자협의후 가진 브리핑에서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몇 달후에는 공사를 하기가 더 이상 어려운 기술적인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는 미국측 대표의 지적이 있었다"고 밝혀대북 경수로 사업의 중단 여부를 심도있게 논의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는 94년 클린턴 행정부의 북-미 제네바합의가 막대한 에너지를 제공하면서도 정작 북한의 핵개발을 막지 못했다면서 당시 합의사항인 경수로 건설사업 지속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이와 관련, 미국측은 이번 회의에서 `경수로 사업중단'을 실현하기 위해 한.일 양국에 강한 어조로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미국측은 경수로 사업 중단을 빌미로 북한이 핵문제를 더 악화시킬 것에대비해 사업 중단은 대북 압박차원이 아닌 기술적인 이유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의 입장은 다소 차이가 난다. 경수로 사업이 중단될 경우 `북한이 핵 개발을 동결하고 궁극적으로 폐기하는대신, 경수로 2기 건설과 중유제공'으로 요약되는 제네바 합의가 파기되는 결과가초래돼 북한이 핵사태를 악화시키는 빌미를 제공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반기문 청와대 외교보좌관과 이봉조 국가안보회의(NSC) 정책조정실장도 이날 TCOG 회의에서 경수로 사업중단 가능성이 제기되자 "속도를 늦추더라도 계속하는 것이낫다는 게 우리 입장" "북한이 추가적인 새로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데, 어떤 (중단) 조치를 취할 수 있겠느냐"고 중단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반 보좌관은 특히 "미국과 일본의 입장이 좀 다른 것 같다"면서 대북 경수로 사업과 관련, 한국과 일본이 비슷한 입장임을 시사했다. 이처럼 한일 양국이 미국과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미국은 사업비를 거의 부담하지 않는 대신 한.일 양국은 주요 부담국이라는데도 그 이유가 있다. 지난달 말 현재 대북 경수로건설 총 사업비 12억2천300만달러중 한국과 일본은각각 8억7천480만달러, 3억3천만달러를 부담한 상태다. 또 북한이 공사비를 경수로 발전소 완공후 17년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통해 갚게 돼 있어, 공사가 현상태에서 중단된다면 한일 양국의 투자비는 전액회수할 수 없게 된다. 한 북한 전문가는 "한국은 경수로 사업의 공사비 최대 부담국인데다 경수로 건설로 인해 유무형의 경제적 이득까지 기대됐다는 점에서 사업 중단에 대해 일본보다더 강한 반대 입장일 것"이라며 "미국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할 경우 일본은 이에 동조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대북 경수로사업 중단 주장이 일본의 북한 만경봉호 입항 금지조치와 스페인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체제(PSI) 회의와 맞물려 나왔다는 점에서 대북 경제압박 조치의 일환으로 해석된다"며 "미국이 견해를 달리하는 한국.일본과 어떻게 입장을 조율할 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