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베이징 3자회담의 북-미-중 3국에다가 한국.일본을 포함시킨 북핵 관련 `5자회담'을 북한이 수용할 지 여부가 주목된다. 한.미.일 3국은 12∼13일 하와이에서 열리는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에서 `5자회담' 추진 쪽으로 방침을, 개최 시기 및 의제 등도 논의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아직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외교가에서는북한이 5자회담을 수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국제적으로 고립된 채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핵 문제로 인한대치국면이 장기화될수록 상황은 더욱 불리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점을 누구보다도피부로 느끼고 있을 것이라는 게 북한 관련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더욱이 일단 3자회담을 한번 더 열고 그 다음에 5자 이상 다자회담을 희망하던중국도 한.미.일 3국의 의견에 따라 확대 다자회담에 신축적인 입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것도 북한의 다자회담 수용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을 방문한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 9일 "북-미-중 3자회담 틀에 한국과 일본이 참여하는데 대한 북한의 거부자세가 점차 약화되고 있다"며 7∼8월에 후속회담 개최 가능성을 언급, 눈길을 끌었다. 중국을 매개로 해서 북-미 간에 후속 다자회담 형식 및 개최 시기에 대한 메시지가 오가고 있고,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작년 10월 핵문제가 재연된 이후 `조-미 양자회담'을 고집했던 북한은 지난 4월중순 "미국이 대조선 정책을 대담하게 전환할 용의가 있다면 대화의 형식에 구애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베이징 3자회담이 열렸다. 북한은 지난 달 24일 외무성대변인 담화를 통해 한 발 더 물러섰다. 담화에서 외무성대변인은 "우리는 먼저 조-미 쌍무회담을 하고 계속하여 미국이제기하는 다자회담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북-미 쌍무회담이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아래 미국이 제안한 다자회담에 참석할 수 있다는 다소 유연한 입장으로 바뀐 것이다. 북한의 태도 변화는 최근 잇따라 북한을 방문한 외국 인사들과의 접촉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남북을 동시 방문했던 미슐린 칼미-레이 스위스 외무장관은 "당사국들의 동의가있을 경우 스위스는 다자회담을 주최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고, 커트 웰든(공화.펜실베이니아) 의원 등 미 하원의원들은 지난 3일 방북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북한이 핵무기와 핵시설에 대해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북한은 한국이 북핵문제 당사자로서 다자회담에 낄 수 있다는 입장에대해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여러 경로를 통해 전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이 다자회담 제의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며 "핵문제가 북미간 현안이기도 하지만 동북아 국가들이 관련국이고 공동 논의를 통해 해결되고 합의되면 이에 대해 보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문관현 기자 kh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