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이번 방일을 통해 한미, 미일 정상회담에 이어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한.미.일 3각 공조의 나머지 한축을 완성했다. 또 한일 양자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 뿐 아니라 한.중.일 3국간 `동북아 공동체'형성이라는 신(新)동북아 질서 구축을 위한 발판으로서 대일외교 기반을 다졌다. 그러나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한국인의 일본 입국비자 면제, 재일동포의 지방참정권 확보, 대한 투자 유치 등 쟁점현안에 대해 가시적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특히 `미래'를 너무 강조하다 일본의 과거사와 유사법제 처리문제 대응에 소극적이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과거사 문제의 경우 한일 공동성명에 `과거 직시'라는 표현을 넣었을 뿐 일본측의 반성 표현은 없었고, 유사법제 문제는 노 대통령의 `주변국의 경계심' 전달에 앞서 고이즈미 총리가 `국내법일 뿐'이라고 선수를 치기도 했다. 이같은 비판여론을 의식한 듯 노 대통령은 일본 국민과의 TV대화에선 "과거사를 거론하지 않는다고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며 묻자(덮어두자)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과거 대일 정상외교의 성과가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사죄 수위나 대한 경협약속 규모로 평가돼온 기준에서 보면 손에 잡히는 `성과'는 없는 셈이다. 하지만 북핵 문제와 관련, 미.일의 분위기가 대북 압박 강화 경향이 있는 시점에 고이즈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북핵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하고 지난 4월 베이징(北京) 3자회담의 후속회담 조기개최를 통한 대화 모멘텀 유지 필요성에 의견을 같이함으로써 한일공조를 다졌다. 특히 후속회담의 경우 미국측이 개최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한일 양국이 `조기개최'에 의견을 같이 한 것은 의미가 있다. 다만 고이즈미 총리가 `압력'쪽에, 노 대통령은 `대화' 쪽에 각각 상대적인 무게를 둠으로써 시각차를 드러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노 대통령은 이번 방일기간 당면 현안인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정상외교외에 "한.중.일의 미래는 동북아 공동체에 있다"는 말로 동북아 신질서 구축을 위한 한.중.일 3국간 미래지향적인 화해와 협력 메시지를 확산시키는 데 큰 비중을 뒀다.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일본 및 중국과의 관계 중요성을 강조하며 동북아 공동체구상을 내비쳐온 노 대통령은 자신의 두 번째 정상 방문외교이자 아시아지역 첫 정상외교를 통해 자신의 구상을 일본과 중국에 던진 셈이다. 내달초 중국 방문에서도 이같은 화해와 협력의 동북아 신질서 메시지 전달에 주력할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노 대통령은 평소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를 구현하기 위해서라도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통한 한반도의 평화정착이 중요하며, 동시에 한반도 평화와 안정은 동북아 신질서에 의해 영속성이 보장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번 방일에서 과거사에 대해 "언급하지 않기로 작정했다"고 말할 정도로 직접적인 거론과 사과.사죄 요구를 피하고 유사법제에 대해서도 주변국의 `경계심'을 지적하는 선에서 소극 대응하면서 `미래지향적 관계'를 강조하고 일본이 `평화주도 세력'으로서 신뢰감을 줄 것을 주문하는 것에 그친 것도 이같은 동북아 공동체 구상의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국민과의 TV대화에서 노 대통령은 한국이 앞으로 더욱 우호관계를 돈독히 해야 할 국가를 순서대로 꼽으라는 질문에 일본과 중국을 들고 "도쿄에서 기차를 타고 현해탄을 지나 부산, 서울, 베이징(北京)을 여행하면서 꿈과 희망을 맘껏 펼치는 시대"를 말했다. 한국과 일본의 협력을 발판으로, 또 한국을 가교로 해 거대한 잠재력을 가진 중국을 가세시켜 `동북아 공동체'를 형성, 상호의존적인 경제체제를 만들면 역내 평화와 번영이 이뤄지고, 그것은 곧 역내 집단안보체제로 이어져 한반도 평화도 보장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다만 노 대통령은 일.중간 파워게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미국의 안정적인 균형자로서 동북아지역에 대한 `개입' 필요성과 당위성도 지적했다. 또 동북아공동체의 여건 미성숙 지적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은 일본 정계 지도자들과 면담에서 "동북아 공동체는 역내국들의 발전단계가 달라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번 방일을 통해 자신의 꿈인 `동북아 공동체'라는 원대한 구상을 엿보이긴 했으나, 당장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교섭 시점문제에서부터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일본에 대한 한.중 양국 국민과 정부의 불신이 상존해 있는 등의 복잡한국제경제.정치 구도속에서 이를 추진, 성사시키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아직은 화두를 던진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도쿄(東京)=연합뉴스) 조복래 고형규기자 cbr@yna.co.kr k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