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량 살상무기 개발을 미국측에 알리면 햇볕정책을 망치게 된다며 국가정보원이 입을 다물라고 협박했습니다." 지난 1997년 북한을 탈출,우여곡절 끝에 미국으로 망명한 한 탈북자의 회고다. 이복구란 가명을 쓴 이 탈북자는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북한:한 탈북자의 이야기(North Korea:A Defector's Tale)'란 기고문을 통해 "야만스런(barbarous) 햇볕정책을 이제는 끝낼 때가 됐다"며 이같이 증언했다. 다음은 내용 요약. 이복구는 나의 진짜 이름이 아니다.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름을 바꿨다. 북한의 미사일 유도장치 개발 공장에서 책임자로 일했으며,아야톨라 호메이니 집권 시절 미사일 유도장치 실험을 위해 이란으로 파견된 적도 있다. 핵 개발을 위해 60여명의 러시아 과학자들과도 일한 경험이 있다. 이런 기술 때문에 가족을 배불리 먹일 만큼 돈을 벌 수는 있었지만 북한을 벗어나려는 욕망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지난 97년 7월 중국으로 탈출한 후 조선족의 도움을 받아 99년 남한으로 귀순했다. 이후 국정원과 미국인으로 추정되는 사람들로부터 여러차례 조사를 받았다. 국정원 담당자들은 나보고 입조심하라고 당부했다. 북한의 대량 살상무기 개발 사실과 잔혹행위에 대해 떠벌리면 내가 다시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측 조사관에게 이같은 사실을 알리면 남한의 햇볕정책이 위기에 빠진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보이지 않는 사람(invisible man)'이 되라는 국정원 강요에 나는 남한을 탈출,미국으로 왔다. 지난달에는 미 상원 청문회에서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 평양의 대량 살상무기 개발을 증언했다. 이후 한국의 정보요원들은 아내한테까지 전화협박을 했고 그 결과 아내는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대량 살상무기를 포기토록 만들기 위해 북한에 달러를 제공한다는 것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전략이다. 재정지원은 무기 개발의 욕망만 더 강하게 만든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