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일본방문은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 노 대통령이 올해중 계획하고 있는 주변 4강 방문외교의 2번째에 해당한다. 정부는 이번 방일 정상외교 목표로 대일외교 추진기반 구축, 북핵문제 해결 등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한 한일공조 강화, 동북아시대 실현을 위한 협력기반 강화, 재일 동포사회의 발전을 위한 일본측 지원 요청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한미정상회담에 이어 미일정상회담이 이뤄진 상황에서 한일정상회담은, 2차 북핵 위기 출현과 한국에서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새로운 한.미.일 3각 공조체제의 나머지 한변을 완성하기 위한 의미가 있다. 한.미.일간 3각 공조는, 북핵위기 악화시 대북조치에 대해 노무현-부시간은 '추가적 조치'라고 합의한 데 비해 부시-고이즈미간은 `더 강경한 조치'라고 합의한 점이 상징하는 대로 다소 찌그러진 형태인데, 이 문제에 대해 노무현-고이즈미간 합의가 어떻게 표현될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은 2일 요미우리 신문과 회견에서 "상황판단과 대응수단의 선택에서 한국은 가장 온건하고 미국은 조금 더 강경한 생각을 할 것"이라며 "이를 상호인정하고 조정해나가면서 적절한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좀더 단기적인 북핵문제 현안으로는 베이징(北京) 3자회담의 후속회담 형식과 한일 두 나라의 참여문제가 어떻게 정리될지 관심사다. 이에 대한 한일 정상회담 결과가 나오면 오는 12-13일 열리는 한미일 3국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에서 북측의 `대범한 제안'에 대한 대응 카드와 베이징회담의 후속회담에 대한 전망이 잡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일 양국은 정상회담후 발표할 공동성명을 통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노력과 북핵 포기 요구를 확인하면서 북측에 대해 사태를 더이상 악화시키는 조치를 취해선 안된다는 것을 강력 경고할 예정이다. 이번 방일은 그러나 동북아시대 구가를 외치는 노 대통령 입장에선 북핵문제 지평 너머 한.중.일 동북아 3국간 협력시대를 열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기회라는 점에 중장기적으로 더 큰 의미를 두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일간 과거사 문제에 대한 노 대통령의 인식과 대응방향도 모두 이같은 미래관계 구상에서 비롯된다. 노 대통령은 "한국의 (대일) 강경발언은 항상 일본 강경파 입지를 강화시켰다. 국내용으로 외국을 비판하진 않는다. 굳이 얘기한다면 책임있는 사람과 은밀히 만났을 때 진지하게 하는 것이다. 일본 국민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발언은 유익하지 않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다만 최근 `창씨개명' 망언으로 과거사 문제가 다시 부각됨에 따라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한 유감을 표시하고 "일본의 책임있는 지도자가 좀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입장을 고이즈미 총리에게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사법제 등 일본 우경화 문제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일본 국민과의 대화' 등을 통해 자신의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구상을 일본 국민에게 이해.확산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한일 경제통상 증진, 산학연 연결 강화 등도 종래 일본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미래의 동북아 평화번영시대 실현을 위한 터닦기 차원에서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는 특히 한일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촉진시켜 나가자는 원칙 합의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일투자협정 발효에 따른 일본의 대한투자 확대 추진, 사회보장협정.상호인정협정 체결 교섭 가속화 등 실질협력 기반 강화와 `공동미래 프로젝트'의 확대 및 내실운영, 스포츠.청소년 교류 활성화, 차세대 정치인.학자.언론인 교류 강화 등도 같은 맥락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이번 방일에서 양국간 현안가운데 한국인의 무사증 일본입국과 재일 한국인 지방참정권, 김포-하네다공항간 항공편 운항 등에 대해선 구체적인 성과를 이끌어 내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k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