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과 형 건평씨 재산문제 등 주변 의혹에 대해 직접 설명하면서 국정운영 부담을 털어내기 위한 정면돌파에 나섰다. 측근 안희정(安熙正)씨 문제와 생수회사 ㈜장수천 자금거래 문제, 건평씨의 복잡한 부동산 소유관계 등을 둘러싼 의혹을 더이상 방치할 경우 최근의 국정혼선 논란과 맞물려 뜻하지 않은 국면이 초래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은 과거 장수천과 인연을 맺게된 경위와 형 건평씨 명의로 돼있는 재산과의 관계 등에 대해 비교적 소상히 설명한뒤 "양심에 거리끼는 일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야당측은 `해명 미흡'을 주장하며 공세를 계속할 전망이어서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안희정씨의 나라종금 돈 수수 문제와 관련된 정치자금 논란에 대해선 재판중인 사안임을 들어 대응하지 않음으로써 의혹 잠재우기 효과가 어느 정도 있을지 미지수이다. 한나라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신주류의 신당 추진 등 변수를 감안, 정국 주도권 확보를 위해 이 문제를 `대통령 의혹사건'으로 규정, 특검제 압박 등 강공책을 쉽사리 거둘 자세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야당으로서는 그럴 수 있다"면서도 국민을 향해선 "이유와 과정을 불문하고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깊은 책임을 느낀다" "제게 잘못이 있다면 어떠한 질책도 기꺼이 감수할 것"이라며 국민정서에 호소했다. 노 대통령은 또 "청탁으로 이권 하나 처리한 일 없다" "사실관계도 부정확한데 계속 의혹을 제기한다" "사적인 관계나 개인 사생활 같은 것을 생각해 달라" "대통령과 그 가족도 사생활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 깊이 고려해달라"며 더 이상의 소모적 논쟁 중단을 호소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한나라당측이 제기해온 주요 의혹들에 관해 비교적 상세히 설명하면서 `대선자금과 무관하다' `범법사실은 없었다'는 점 등을 분명히 함으로써 논란의 종식을 유도하고 나섰다. 자신의 생수회사 투자 및 경영 경험 등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정치인의 모든 경제적 거래행위마다 무슨 큰 문제가 있는듯이 보는 시각도 옳지않다", "저와 제 가족의 경제활동이나 거래가 모두 비리인양 일방적으로 매도돼선 안된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노 대통령은 건평씨 재산문제와 관련해 "다른 재산은 모두 형님 것이므로 제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며 생수회사 장수천에 건평씨가 투자했다가 손해본 돈을 보전하기 위한 성격으로 자신의 김해 진영 땅과 상가 가운데 일부가 건평씨 몫이 됐다는 점을 설명함으로써 `대통령이라는 공적영역'과 `친형 재산 등 사적영역'을 확연히 구분지었다. 나아가 건평씨의 부동산 투자를 일종의 재테크 차원으로 짚으면서 과거 자신의 정치적 지위를 이용한 불.탈법 행위가 없었음을 강조함으로써 이번 문제를 '대통령 재임중 친인척 비리'가 아닌 `권력과 무관한 개인 차원의 부동산 투자, 재산 불리기 행위'로 성격을 규정했다. "건평씨 재산은 내가 국회의원이 된 지난 88년 이전에 사고팔고 해서 형성된 것" "내가 실제로 (생수회사) 사업하면서 지인 등에게 자금을 조달하거나 부탁한 것은 사실이지만 모두 실패했고, 그때는 내가 야당을 했을 때이고 더구나 이렇다 할 지위를 갖고 있지도 않았다"는 등의 답변도 이런 성격 규정의 논거로 활용됐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전혀 납득할 수 없다"면서 검찰수사를 거듭 촉구하고 나섬에 따라, 주변의혹을 둘러싼 논란을 좀처럼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 경우 청와대는 국력낭비라는 논리를 내세워 야당과 언론의 `무분별한' 의혹제기에 적극 대응하되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4강 외교는 물론 민생과 경제활력 회복에 역점을 둔 국정운영으로 대처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검찰인사 파동때와 달리 `마지노선'인 대통령의 직접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의 여론이 가시지 않을 경우 그에 따른 부담도 적지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자신과 주변의 의혹문제에 대해 직접 국민 앞에 서서 소상하게 경위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국민과 함께 하는 투명한 국정'을 위한 또다른 파격이란 평가도 없지않아 향후 여론의 추이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k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