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화갑(韓和甲) 전대표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신당문제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나섬에 따라 청와대가 난감한 처지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정치개혁의 요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당정분리 원칙에 따라, 신당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생각이나 민주당의 한축을 이루는 한 전대표의 요구로 또 다시 자신의 이러한 입장이 적지않은 논란거리로 비화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대통령의 총재 겸임을 통한 당정 장악을 정당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왔기 때문에 당정분리 원칙 고수가 정치개혁의 핵심이라는 차원에서 이를 지켜왔고 그런 맥락에서 `정말 안되겠다 싶을 때 당원의 한사람으로서 당원들을 상대로 선동하는 것' 정도로 관여폭을 제한해 왔다. 현 시점에서 볼 때 노 대통령은 당원으로서 정당개혁을 선동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도 부적절하게 여기고 있다는게 청와대 핵심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윤태영(尹太瀛) 대변인은 25일 한 전대표의 발언에 대한 노 대통령의 입장이 뭐냐는 물음에 "입장을 말하는게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윤 대변인은 "노 대통령은 당정분리 약속을 지키는 신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오늘날 정치가 이렇게 된 것은 정치인들이 신뢰를 지키지 않은게 큰 이유라는 판단에서"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실제 최근 1개월 가량은 민주당 관계자들을 비공식적으로라도 만나 신당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눈 일이 없다고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한 전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사례에서도 확인된 것처럼 노 대통령은 최근 신주류의 핵심이라는 모의원의 면담 요청에도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당 관계자를 만난 것이라고는 인수위때 기획특보를 지낸 김한길 전의원 정도인데 이것 역시 `신당문제와는 무관한 만남'이었다고 한 관계자는 소개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노 대통령은 오는 27일로 예정된 민주당 의원들과의 청와대 만찬에서도 신당문제에 대해 `뚜렷하게' 이야기 보따리를 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 내부인사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윤 대변인도 "당에서 알아서 할 문제라는 인식"이라며 27일 만찬은 물론 당분간 신당에 관한 노 대통령의 공개적인 입장 표명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그러나 유인태(柳寅泰) 정무수석 등 청와대 정무팀의 비공식적 접촉을 통해 소위 `노심(盧心)'에 바탕을 둔 당-청와대간 의사소통이 이뤄져 신당문제에 대한 `방향잡기'가 이뤄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또 내달 4일 취임 100일때 검토중인 기자회견 등 특별한 기회에 노 대통령이 전격 의견을 내놓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일각에서는 어떤 형태의 신당이든 정당개혁의 초석을 다지는 면과 함께 내년 총선 승리를 담보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지금 신당문제가 나오는 것은 너무 이르다. 올 4.4분기께 불을 붙여 내년 초께 신당이 출발하는 게 시점상 맞다"는 의견도 적지않아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기자 k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