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2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공무원노조 파업찬반투표에 대한 보고를 받고 "나는 약속과 신의를 지키면서 해왔다"고 말했다고 윤태영 대변인이 전했다. 새 정부가 공무원노조에 '노조'라는 명칭을 허용하고 단결권과 제한적인 단체교섭권을 보장하려는데도 불구하고 단체행동권까지 요구하며 집단행동을 강행하는 데 대한 일종의 경고를 보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통령직 못하겠다는 위기감이 든다"는 폭탄 발언으로 스스로 지도력에 상처를 낸 노 대통령의 최대 당면과제는 노사대립 구도를 원만하게 풀어나가는 것. 전교조가 28일부터 연가투쟁을 밝힌데 이어 공무원 노조가 단체행동권 확보를 위한 표결에 들어갔고,일부지역 시내버스 노조의 파업,조흥은행 노조의 29일 한시 파업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회원노조들도 내달부터 본격적인 임단협을 시작한다. 노 대통령은 최근 미국을 방문하는 동안 국내외 재계 인사들로부터 "노조문제,노사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질문을 많이 받았고,"법과 원칙대로 해 2∼3년내 새로운 노사문화를 만들어내겠다"고 답해왔다. 이전부터 주요 지지기반으로 여겼던 노조측 압력과 '대통령으로서 새로운 변신'을 요구하는 국내외 경제계의 기대사이에 끼인 채 노 대통령은 운신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다. 전통적인 지지층은 노 대통령의 최근 행보에 대해 "오른쪽으로 너무 급격히 기울어졌다"고 비판하고 있으나,미·일과 야당·재계 등은 "정상화되어 가고 있다"며 반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3일부터 주말 2박3일동안 거제의 군 휴양지인 청해대 휴가 이후 노 대통령이 어떤 결정들을 내릴지 주목된다. 휴가는 노 대통령 부부만 간다. 청와대측은 "누적된 피로를 풀고 방일준비,전자정부 준비,사회적 갈등현상에 대한 해법을 구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일본외교 어제와 오늘'(다락원) '20:21비전'(더난출판사)이란 책을 휴가지에 가져갈 것이라고 윤 대변인이 전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