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열리고 있는 제5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가 전날 북측의 돌출적 기조발언 공개로 아직까지 회의 속개일정을 잡지 못한 채 21일 오전 교착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김광림 재정경제부 차관을 수석대표로 한 남측 대표단은 북측의 기조발언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요구했으나 북측은 별다른 연락이 없는 상태다. 남측 대표단의 한 관계자는 "밤새 상황을 보고 아침 여론을 본 뒤 서울과 연락하기로 했다. 북측으로부터 아직 연락받은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남측 대표단은 20일 저녁 늦게까지 북측의 반발배경과 앞으로의 상황전망에 대해 분석했다. 대표단은 핵문제와 경협에 분리대응하겠다는 북한의 입장이 바뀐데 대해 한.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추가적 조치'나 '핵문제 진전상황을 봐가면서 교류협력을 진행한다'는 우리측 입장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또 북측이 강하게 나오는 것은 '실리'와 '명분'을 동시에 찾으려는 의도로 북측의 기조발언 수준이 방송 등 매체를 통해 그간 주장해온 내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내부용'이 아니겠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남측은 회의가 원활히 진행되지 못하고 있지만 향후 전망이 비관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조명균 남측 대변인은 "어제 전체회의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고 북측에서도 기조발언 첫 부분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강도높게 비판한 후 경협 현안 전반에 대해 북측 입장을 설명하는 등 차분하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또 북측이 '서울 불바다'발언이 나왔던 94년 판문점 회담에서는 성명서를 읽은 뒤 모두 퇴장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정상회담의 문제점을 짚고 넘어가는 식이어서 차이가 있다"며 "북측 발언에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판문점 회담은 비공개로 진행되는 것이 관례였으나 당시 우리측은 북측 발언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지시로 녹화테이프를 공개해 남북대화가 차단됐다. 한편, 북한 당기관지 노동신문은 '북남경제협력추진위원회 5차 회의가 열렸다 '제하의 이날 기사에서 회의파행이나 남측 기조발언에 대해서는 언급없이 '북남관계는 영(零)이 될 것"이라는 북측 박창련 수석대표의 기조발언을 자세히 보도했다. 아울러 북측이 '북남경제협력추진위원회 5차회의가 6.15 공동선언발표 세돌을 맞는 등 뜻깊은 시기에 개최되는데 맞게 겨레에게 좋은 결실을 가져다주게 되리라는 기대를 표명하면서 철도 및 도로연결문제, 임진강 수해방지문제를 비롯한 몇 가지경제협력제안을 내놓았다'며 말미에 '회의는 계속된다'고 언급, 눈길을 끌었다. (서울.평양=연합뉴스) 공동취재단.김종수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