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포함한 대북정책의 변화를 잇따라 시사함으로써 북핵문제와 연계된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방향이 주목된다. 노 대통령이 방미 직전과 방미 여정을 통해 보인 행보는 평화번영정책,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등 대북정책의 큰 목표 자체엔 변화가 없지만, 대북접근의 전략전술면에선 여러가지 변화 징조가 보이기 때문이다. 변화의 요체는 북한 입장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대화와 설득이라는 그동안의 일관된 접근에서 협상전략.전술의 다양화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전임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햇볕정책과는 달라진 정책이 구사되는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노 대통령은 16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행 특별기내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미국에 있는 동안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선언 무효화를 선언한 만큼 우리도 유연한대응카드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앞으로 북한이 하자는 대로 따라 해선 안된다"고 강조하고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협상과정에서 여러가지 변화가 예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전날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엿보인 북핵문제와 대북교류.협력간 연계전략에 대한 질문에 대한 부연답변 형식으로 나왔다. 그러나 북한이 지난달 베이징(北京) 3자회담에서 핵보유 및 재처리작업 돌입을밝힌 데 이어 급기야 남북 비핵화선언의 무효화까지 언급한 상황에서 "아무일도 없는 것처럼" 대응할 수만은 없다는 뜻을 굳힌 것으로 해석된다. 한반도 핵문제의 당사자로서 한국이 북한의 핵위기 가중을 그대로 두고만은 볼수 없다는 것이자 `노(NO)'라고 말해야 할 때는 `노'라고 말하겠다는 의지 표명으로풀이된다. 반기문(潘基文) 청와대 외교보좌관도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 "대통령이 밝힌대로 북한이 하는 대로 따라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면서 "우리로서도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방미중 비핵화선언 효력이 상실됐다고 북한이 대외적으로 발표했고, 북한이앞으로 어떤 추가조치를 취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도 변화되는 상황에 유연하게대처할 수 있는 카드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노 대통령의 언급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미 공동성명은 "노 대통령은 향후 남북교류와 협력을 북한 핵문제의 전개상황을 봐가면서 추진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면서 "이 문제에 대한 한미간 긴밀한 공조유지와 3국간 협의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사실 이같은 변화는 지난달 남북장관급회담 후 이종석(李鍾奭) 국가안전보장회 의(NSC) 사무차장이 "회담에서 일방주의는 거부한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강력 전달했 고, 북한도 이해를 표시했다"며 '상호존중 및 원칙과 신뢰에 바탕한 새로운 남북회 담 문화'를 강조함으로써 이미 예고됐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이 평화번영정책이라는 대북정책의 근본적인 변 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또 장관급회담 등 남북대화 자체를 피하는 것도 아니다. 이와 관련, 공동성명은 `남북화해과정'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지지를 담았고, 남북대화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하나의 유용한 채널이라는 점도 인정했다. 반 보좌관도 "핵문제와 남북간 교류가 연계되지는 않는다"면서 "기조는 그대로 가되 상황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카드를 갖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핵문제와 남북교류간 `연계'라는 표현은 굳이 피하면서도 "핵문제 과정 을 보면서 경협 등의 규모나 시기를 신축적으로 하겠다"고 밝힘으로써 `느슨한 연계'로 받아들여진다. 느슨한 연계이더라도 인도적인 것과 비인도적인 것을 구분, 한미정상회담 공동 성명에서도 밝혔듯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실시하되 "나머지 문제들 은 시기 등을 조정하면서 우리 입장을 북한에 정확히 전달할 것"이라고 정부 당국자 들은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적 지원의 경우도 부시 대통령이 `식량 등이 북한 주민에게 정확히 전달되느냐'는 문제에 관심을 표명함으로써 북한 당국의 인도적 지원물자의 전용 가 능성에 대한 감시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이같은 변화에 북한이 어떻게 대응할지, 특히 당장 오는 19일부터 22일 까지 평양에서 열릴 예정인 제5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가 예정대로 열릴지 주목 된다. 또 새 정부들어 처음으로 열린 평양 장관급회담에서 남북이 합의한 경의.동해선 철도와 도로연결,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사업 등 3대 현안사업의 추진은 물론 6.15 공동선언을 즈음한 이산가족상봉행사, 통일대축전 등 사회문화 교류사업의 전망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