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간 첫 정상회담은 그 중대성에 걸맞게 적지않은 뒷얘기를 남겼다. 특히 북핵 문제와 주한미군 2사단 재배치 등 양국간 이견이 있었던 현안들에 대한 입장정리와 이의 공동성명 문안화 과정에서 실무급 외교협의가 매우 긴박하게 진행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북한의 비핵화 선언 폐기 주장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군사적 제재 선택 가능성 발언 등이 맞물려 진통이 예상됐던 북핵 문제에 대해선 `평화적 해결원칙' 재확인과 `위협 증대시 추가적 조치 검토'를 동시 거론하는 것으로 낙착돼 양측 입장을 동시 반영했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들은 2사단 재배치 신중 추진, 양국 정상간 신뢰 증진, 한미동맹관계 강화 입장을 성명에 포함시키고 노 대통령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꿈으로써 `기대 밖의 수확'을 거뒀다고 회담 결과를 자평했다. 또 부시 대통령이 단독 정상회담후 약식 공동회견에서 "저는 노 대통령에게 우리가 앞으로도 (북핵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추구할 것임을 다짐했다(assure)"고 말하는 등 평화적 해결원칙을 강한 어조로 밝힌 데 대해 우리측 고위관계자들은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성명 조율 = 우리 외교부와 미국 국무부 라인에서 실무 조율된 성명문안은 13일 밤(이하 현지시간, 한국시간 14일 낮) 고위 당국자들간 검토를 거쳐 사실상 최종확정됐다. `공동의 가치, 원칙 및 전략'이라는 부제가 달린 공동성명은 당초 A4용지 4쪽분량으로 알려졌으나 막바지 작업을 거치며 5쪽으로 늘어나 단독회담 개시 직후인 14일 오후 6시10분께 언론에 배포됐다. 성명 조율은 2사단 재배치 등 쟁점에 대한 큰틀의 합의가 이뤄진 뒤부터 급속도로 진척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반기문(潘基文) 청와대 외교보좌관은 13일 새벽 브리핑에서 "용산기지는 조속히 이전을 추진하되 2사단 재배치는 한반도의 제반 정치.경제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추진키로 됐다"고 밝힘으로써 성명문의 쟁점이 대체로 타결됐음을 시사했다. 반 보좌관은 가장 민감한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북핵 불용, 한미 공조아래 평화적 해결노력 입장을 확인함으로써 성명이 완성단계에 이르렀음을 내비쳤다. 회담 직전 조율에 앞서 이미 지난달 방미 일정 협의가 본격화하면서 이수혁 외교차관보 등 외교당국자들이 미 국무부와 채널을 가동, 성명의 큰 틀을 상당정도 잡아놓았다. ◇회담 공개 = 미국측 관례에 따라 단독 정상회담과 확대회담 성격의 만찬을 언론에 공개하는 방식을 놓고 막판까지 유동적인 상황이 지속됐다. 당초 두 정상이 단독회동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답변하는 시간을 5분정도 갖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단독회담후 두 정상이 만찬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 기자들에게 간략하게 회담 결과를 브리핑하고 사진촬영에 응하는 것으로 조정됐다. 특히 두 정상은 상호 신뢰증진을 위해선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확대 정상회담에서 다소 시간이 소요되는 모두 발언을 생략하고 환영사와 건배사 등 `의전'으로 대체키로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고위당국자는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 많은 대화를 갖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 이날 정상회담의 형식과 의전절차 등은 회담시간이 임박해서야 최종 확정됐다. 양국 실무진은 양국 정상 회담전 기자들과 간단한 문답→일부 배석자가 함께 하는 단독회담→다수 배석자가 함께 하는 확대정상회담 성격의 만찬 형식으로 의견을 모아나갔으나 결국 일부 배석 단독회담→단독회담(5분)→간이 브리핑→부시 대통령의 백악관 일부 관람안내 및 대화(10분)→만찬 순으로 진행됐다.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간 별도의 단독회담은 모두 15분 가량이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단독회담이라기 보다는 격의없이 편안한 대화를 나누며 신뢰와 우정을 쌓는 개인적 환담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회담분위기가 저도 놀랄 정도로 좋았다"면서 "미국측이 작심하고 환영한 것으로 본다"고 촌평했다. 전체적으로 두 정상이 함께 한 시간은 6시부터 8시까지 2시간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간이 브리핑후 만찬장으로 이동하는 중간에 노 대통령에게 링컨 전 대통령이 사용했던 침실 등 백악관 2층 대부분을 손수 안내, 설명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대통령이 예고없이 직접 안내해 2층 내부를 같이 둘러본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귀띔했다고 이해성(李海成) 홍보수석이 전했다. 특히 노 대통령의 방한요청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노 대통령이 있기 때문에 방한해야 겠다"고 말해 친밀감과 신뢰를 과시했다. 또 부시 대통령은 한국의 이라크전 파병에 대해 심심한 감사의 뜻을 표시하면서 "복구지원사업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고 노 대통령은 "알링턴 묘지와 한국전 참전기념관을 둘러본뒤 고뇌찬 결단이었지만 결국 잘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한국에 돌아가면 나의 지지층 중 파병을 반대했던 많은 사람들을 적극 설득할 것이고, 그 설득은 충분히 효과를 볼 것"이라고 화답했다. 앞서 노 대통령은 접견장인 루스벨트룸 방명록에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하여"라고 적었고 부시 대통령은 만찬 말미에 "우리의 우정과 노 대통령의 리더십을 위해"라며 건배를 제의, 눈길을 끌었다. 이해성 수석은 "단독회담에서는 북핵문제와 한미동맹관계가 집중논의됐고, 확대회담에서는 이라크 파병과 전후복구지원, 한미경협 등 나머지 문제가 거론됐으며 특히 확대회담에서도 대체로 두 정상간의 대화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조복래 고형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