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저녁(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피에르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소사이어티 주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초청 공식만찬은 이건희(李健熙) 삼성전자 회장의 환영사, 로버트 루빈 시티그룹 회장의 소개, 노 대통령 연설, '밴 플리트 상(賞) 시상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노 대통령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한미 동맹의 중요성과 북한의 핵보유 불용 의지를 여러 차례 강조했으며 때로는 원고에도 없는 기발한 비유와 우스갯소리를 동원해 웃음과 박수를 이끌어냈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이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미국을 방문한 후외환위기를 극복했다"면서 "저도 미국을 다녀가면 현재의 북핵위기와 경제위기가 극복되고 더욱 큰 성취를 이룰 것으로 희망한다"는 대목에서 참석자들은 큰 박수로 열띤 반응을 나타냈다. 또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여러 차례 약속해도 못믿는 사람이 있다"고 지적하고 "이 자리에서 제 생각을 간단하게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만약 53년전 미국이 한국을 도와주지 않았을 경우 나는 지금 이 자리가 아니라 정치범 수용소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루빈 회장과 함께 만찬을 공동 공동 주관한 삼성전자 이 회장은 꽤 오래전부터 나돌고 있는 건강악화설과는 달리 환영사를 낭독하는 동안 자세도 꼿꼿했고 발음도 비교적 또렷했다. 이 회장은 "돌이켜 보면 반세기 동안 한국과 미국은 혈맹 이상의 관계였으며 미국은 한국의 든든한 후원자였다"고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노 대통령에 보조를 맞췄다. 이 회장은 "21세기는 나라와 기업간 장벽이 없어져 모든 나라와 기업들이 경쟁과 협력을 통해 발전하는 상생의 시대가 될 것"이라면서 "삼성을 비롯한 한국 기업은 미국의 경영시스템과 노하우를 익혀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되도록 사용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미 우호증진을 위해 설립된 민간단체인 코리아 소사이어티가 기금 마련을 위해 개최하는 연례 행사의 일환인 이날 만찬은 최소한 300 달러에서 수만 달러까지 기금을 내야 참석할 수 있었는데도 행사장에 입추의 여지없이 배치된 테이블들을 700여명의 참석자들이 모두 채울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또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기금 모금도 어느 때보다 많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성황은 물론 미국을 처음 방문하는 노 대통령이 초청됐기 때문. 노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식사 도중 도널드 그레그 회장(전 주한 미국대사)에게 "이런 성황은 코리아 소사이어티 지도자들의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하자 그가 "사실은 모든 사람들이 노 대통령을 보러왔다"고 대답했다고 헤드 테이블에서 이뤄진 대화내용을 전하기도 했다. ○...이날 만찬에서는 레이먼드 데이비스 예비역 해병대장이 `밴 플리트상'을 수상했다. 한국전쟁 기간인 1951년에서 1952년까지 미8군 사령관을 지냈으며 코리아 소사이어티 창립회원이기도 한 고(故) 밴 플리트 장군의 이름을 딴 이 상은 코리아 소사이어티가 한미 관계 증진에 기여한 한국인 또는 미국인에게 수여한다. 데이비스 예비역 대장은 한국전쟁 때 해병 대대장으로 장진호 전투에 참가했고 1972년 해병대 부사령관을 역임했으며 전역후 한국전 참전용사 자문위원회 위원, 한국전쟁 50주년 기념사업단체인 `US-코리아 2000'을 창설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