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핵 압살책동으로 인해 한반도 비핵화과정이 무력화됐다며 이를 고발하는 조선중앙통신 '상보'가 12일 발표돼 향후 북한의 행동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조선중앙통신 상보는 지난달 30일 외무성 대변인이 담화를 통해 한반도비핵화 파기 가능성을 언급한데 이어 지난 11일 노동신문이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거론하며 '비상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한데 뒤이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련의 행동은 북한 지도부가 3자회담에서 내놓은 '새롭고 대담한 제의'를미국이 수락하지 않고 계속 대북 핵 포기 압력을 높이는 상황에서 단계적으로 핵 개발에 나설 수밖에 없음을 천명하는 수순으로 볼 수 있다. 지난달 30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는 '조선반도 비핵화'는 북한측의 발기로 시작된 '민족 전체의 갈망'임을 강조하는 것으로 시작해 한반도 비핵화 운명이 전적으로 미국 하기에 달렸다는 경고로 끝을 맺었다. 이는 3자회담 이후에도 미국이 계속 대북 핵 압박 수위를 높이자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핵안전협정과 거의 동시에 맺어진 남북비핵화공동선언 무효화 가능성을 지적한 것으로 1월10일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성명의 후속 조치를 예고한 것이었다. NPT 탈퇴 성명으로 핵 감시체제에서 완전히 벗어난데 이어 한반도 비핵화의 마지막 2차 방어선인 남북비핵화공동선언마저 무효화될 위기에 처했음을 경고하면서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미 제네바합의가 사실상 무효화되고 이 합의에 따른 핵 시설 동결 조치가 해제됐지만 북한은 여전히 남북비핵화공동선언의 의무를 다하고 있으며 미국의 행동여하에 따라 이것마저 포기할 수 있음을 강조하면서 마지막 강수를 두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11일 노동신문을 통해 이미 강수를 예고한 바 있다. 노동신문은 '조선반도 비핵화 운명은 미국의 정책에 달려 있다'는 제목의 논설에서 "만일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버리지 않고 끝끝내 핵문제를 힘에 의해 해결하려 한다면 우리는 부득불 비상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신문은 "우리가 주장한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평화를 보장해 민족의자주권과 존엄을 수호하기 위한 비핵화였지 결코 미국의 압살위협에 굴복해 무장을해제하고 전쟁을 몰아오기 위한 것이 아니다"면서 "우리가 미국의 핵선제 공격기도에 대처한 정당방위 수단으로 억제력을 갖춘 것은 천백번 정당하다"고 밝혔다. 정당방위 수단으로 억제력을 갖춘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지만 이는 재래식 군사력으로부터 핵무기 등 대량파괴무기(WMD) 개발 까지를 포함한 포괄적인 개념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미 지난해 10월 3일 제임스 켈리 미 특사 방문때 "핵무기보다 더한 것도 가질 수 있다"며 미국이 우려하는 모든 '대항수단'을 보유할 수 있다는 '권리 선언'을 한 바 있다. 북한이 앞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지는 알 수 없으나 그동안 미국 정보기관들이나 북한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핵실험 △핵보유선언 등을 언급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강진욱기자 k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