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문제에다 중국을 강타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영향으로 북한이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핵문제가 불거진 뒤 유럽연합(EU) 등에서는 대북지원을 재검토하고 있고 국제사회의 모금도 그리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유엔아동기금(UNICEF) 북한주재 대표는 "북한에서 오는 6월이면 모든 영양제, 의약품이 떨어져 심각한 영양실조의 어린이 7만 명이 사경을 헤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스는 북한의 고립을 가속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북한의 최대지원국인 중국이 사스로 어려움을 겪음에 따라 중국으로부터의 물자 반입이 여의치 않고 4월말 이후부터 북한 방문객도 끊어진 상태다. 1993~1994년 핵위기가 북한의 '고난의 행군'으로 이어지면서 1998년까지 상당히많은 아사자를 발생시켰다는 점은 이번 위기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북한도 이같은 사정을 감안해 공채를 발행해 부족한 재원을 일단 확보해 두고주민들에게는 '제2의 고난의 행군' 준비를 독려하고 있다. 북한의 가장 큰 곤란은 역시 식량문제다. 올해 식량 수요량은 632만t으로 이중 413만t 정도의 곡물 생산은 가능할 것으로보여 부족분은 219만t 정도로 추산된다. 세계식량계획은 올해 대북지원 식량필요량을 51만t으로 잡아놓았지만 목표달성이 그리 쉬워 보이지 않는다. 이같은 식량부족은 어린이, 여성, 노약자 등 이른바 취약계층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더 큰 사회문제로 발전될 전망이다. 북한의 식량난은 비료 부족 등 농업의 구조적 한계와 맞물려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북한의 비료부족량은 70만t 정도로 추산되지만북한에서 생산되는 비료의 질을 감안하면 비료 부족량은 95만t 정도에 달할 것이라는 게 관계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더군다나 북한은 1999년부터 매년 남쪽으로부터 비료를 지원받아오면서 비료에대한 대남 의존도가 높아져 남한의 비료지원이 시비시기를 놓치면 올해 농사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절박성은 지난달 17일 북한 적십자회 장재언 위원장이 남측에 비료와 쌀지원을 요청한 전화통지문 속에 잘 나타나 있다. 특히 제10차 장관급회담에서 북측은 식량사정이 어렵다는 점을 솔직히 털어놓고식량지원을 간곡하게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북한 정권의 문제에도 불구하고경제난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지원은 유지해야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이 식량을 지원하는 것도 정권과 인민을 분리해 대응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지원은 남북관계 신뢰수준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핵문제 해결에 중요하다"며 "현재 상황에서 북한을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붙이기보다는 안정적으로 관리를 해야만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