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오는 18일 광주민주화운동 23주년 기념식을 전후해 호남민심 끌어안기 작업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당지도부는 물론 내달 전당대회를 앞두고 치열한 득표경쟁을 벌이고 있는 당권주자 대다수는 광주 5.18 묘역을 참배하거나 현지에서 이벤트를 마련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수구보수'라는 이미지를 털어내고 영호남 화합을 통해 `영남당'을 탈피, 전국정당화를 지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내부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참여정부 출범후 인사편중 논란에 따라 일각에서 제기되는 `호남소외론'의 틈을 타 한나라당이 호남지역에서 뿌리내릴 수 있는 기회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핵심관계자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새 대표를 선출키로 했기 때문에 변수가 있을 수는 있으나 오는 18일을 전후해 지도부 상당수가 5.18 묘역을 참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북 익산출신으로 당권주자중 유일하게 호남에 연고가 있는 김덕룡(金德龍) 의원은 14일 광주를 방문, 5.18 묘역을 참배한 뒤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나라당의 강도높은 개혁과 영호남 화합을 강조할 계획이다. 5.18 당시 이른바 `한민투' 사건으로 광주교도소에 복역중이었던 이재오(李在五)의원도 17일 광주에서 1박한 뒤 이튿날 새벽 5.18 묘역을 참배, 자신의 개혁 이미지를 부각시킬 예정이다.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총선 전국구 공천때 호남과 여성을 배려하겠다"고 공언한 강재섭(姜在涉) 의원은 18일을 전후해 영호남 대학생들과의 토론회를 개최, 젊음과 개혁 이미지를 동시에 낚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5.18때 기자로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바탕으로 `5.18 광주항쟁 특파원 리포트'를 공동발간했던 서청원(徐淸源) 의원도 영호남 화합을 내세우며 5.18 묘역참배를 적극 검토중이다. 당내 보수의 대표주자격인 최병렬(崔秉烈) 의원은 이번주 시작하는 전국 민생투어를 18일께는 호남에서 열어 영호남 화합과 합리적인 보수는 상통한다는 논리를 확산시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김형오(金炯旿) 의원은 17일께 광주를 방문, 금남로에서 열리는 광주 민중항쟁 23주년 기념식 전야제에 참석하는 것을 적극 검토중이다. 박종희(朴鍾熙) 대변인은 "여권에서 개혁신당을 추진하는 마당에 영남당이니, 꼴통보수니 하는 꼬리표를 계속 달고가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라면서 "이제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인식이 당내에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총선승리를 위해서라도 호남 유권자들에게 뭔가 내밀 카드가 준비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서울=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youngky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