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핵문제 해결을 위한 지난달 중국 베이징(北京) 3자회담 이후 남한과 미국, 일본에 대해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3자회담 후 남측과는 민족문제 공조를, 미국에 대해서는 비난을자제하면서 대북정책 변경을 촉구하고 있는 반면 일본에는 거칠게 반응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일 부터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 방문차 출국한 11일까지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민족내부 문제에 있어 외세의 간섭을 배격해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평양방송은 이날 "지금 미국은 6.15 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우리 민족의 투쟁을아니꼽게 여기면서 그것을 파탄시키려고 핵전쟁 도발 책동을 미친듯이 벌이고 있다"며 "이런 정세하에서 민족성을 내세워야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미국의 대조선 침략야망을 짓밟아 버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중앙방송도 7일 "남조선 당국이 외세를 배격하고 민족공조로 나라와 민족의운명을 수호하고 통일을 이룩하려는 의향이 티끌만큼이라도 있다면 미제에게 추종하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미국에 대한 반응도 신중을 기하고 있는 듯 하다. 이는 3자회담이 열리기 전까지 미국을 '결사항전'의 주적으로 규정하고 비난전을 강화해왔던 태도와달라진 모습이다. 노동신문은 5일 논평에서 "미국은 대담하게 대조선 정책 전환을 해야 한다. 우리는 미국의 태도를 지켜볼 것이다"면서 3자회담에서 내놓은 '대범한 해결방도' 수용을 촉구했다.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도 논평(4.29)을 통해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서 급선무는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전환할 의지를 실지 행동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고거듭 요구하는 등 주로 대화 의지를 간접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에 대해서는 핵문제와 관련한 미-일 공조 등을 문제삼아 거칠게 비난하고 있다. 민주조선은 10일 논평을 통해 "일본의 일부 정치인들이 핵문제와 납치문제를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은 줏대도 없는 비굴한 대미 자세의 직접적인 표현"이라며 "미국의 대북정책을 분별없이 추종할 경우 그 대가를 단단히 치를 것"이라고경고했다. 이에 대해 선문대 북한학과 윤황 교수는 "북한은 최근 핵문제와 관련해 미국에대한 비난을 자제하는 대신 일본을 강력히 비난하고 있고 남측에 대해서는 민족공조를 내세우고 있다"면서 "이는 핵문제를 둘러싼 한-미-일 공조를 저지하려는 새로운전략적 흐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sknk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