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미국방문을 이틀 앞둔 9일 막바지 방미 준비에 분주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이날 낮 각 언론사의 외교.안보.통일분야 논설위원 26명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 하면서 북핵 문제와 한미동맹관계 강화 등 방미전략에 대해 의견을 청취했다. 노 대통령은 앞서 김진표(金振杓) 부총리겸 재경장관, 정세현(丁世鉉) 통일장관, 윤영관(尹永寬) 외교장관, 조영길(曺永吉) 국방장관 등 관계장관들과 수시로 통화를 갖거나 직접 만나 북핵문제 해법과 한미경제협력, 한미동맹관계 등에 대한 생각을 가다듬었다. 남은 기간에도 관계장관들의 `조언'을 적극 챙길 예정이다. 노 대통령은 최근까지도 토머스 허바드 주한 미국대사와 도널드 그레그 전 주미대사 등을 비롯, 한미관계 전문가들을 대부분 만나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미국 조야의 북핵 문제에 대한 상황인식과 정책흐름, 한미동맹관계의 발전방향 등에 대해 폭넓은 대화를 나눴다고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귀띔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최근 "한미정상간의 신뢰회복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국내 정치용으로 일정을 잡는 등 요란스럽게 굴지말고 초점을 신뢰회복에 맞춰 착실하게 준비하라"는 취지를 참모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양국간 신뢰회복에 주안점을 두고 북핵.경제문제를 그러한 관점에서 풀어나간다는 생각으로 한미정상회담에 임할 것"이라며 "한발짝 한발짝 다가선다는 자세"라고 설명했다. 이런 실용주의적 접근 방침에 따라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은 신뢰증진 원칙에 기초해 외교적 허사(虛辭)보다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한미공조와 미래지향적 한미동맹관계 강화 등 현안 위주의 실질대화를 진행키로 했다. 뉴욕에서는 월가 방문과 국제금융계 인사 면담 등을 통해 한국경제에 대한 신인도 제고에 주력하는 한편, 외국투자기업들의 굵직한 투자유치를 전방위 지원하는 등 '세일즈 외교'에 집중할 방침이다. 또 실무방문 개념에 맞춰 개방형 경호 원칙아래 과거보다 경호인력을 크게 줄이고 뉴욕과 워싱턴, 샌프란시스코 등 3곳 방문지에서 한차례씩 갖는 동포간담회에서도 `말씀자료'없이 특유의 즉흥연설과 진솔한 대화로 `마음'을 나눈다는 구상이다. 청와대는 아울러 "너무 욕심을 갖지도 말고 너저분하게 일정을 짜지 말라"는 노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음식과 그릇, 각종 장비들을 한국에서 갖고 갔던 관행을 바꿔 현지 물품을 사용키로 했고 그동안 대한한공과 아시아나항공을 번갈아 타던 관행도 바꿔 경쟁입찰에서 낙찰된 대한항공 전세기를 사용할 계획이다. 노 대통령은 남은 기간에도 국내 현안을 챙기면서도 틈나는대로 북핵 상황과 부시 대통령 탐구 등에 집중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k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