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출범 이후 기구혁신 대상 1호로 지목되고 있는 감사원이 특별검사팀의 대북송금 수사가 진행되면서 `부실감사'에 이어 `은폐감사'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상선이 북한으로 송금한 수표 26장의 배서자 6명의 신원이 `신원불상'이라는 감사원 발표와는 달리 이중 1명이 외환은행 직원이라는 사실이 특검수사를 통해드러났기 때문이다. ◇배서자 신원논란 = 감사원은 지난 1월말 대북송금 특감결과 발표에서 "배서자6명은 신원불상"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특검팀은 "6명 가운데 1명은 외환은행 직원"이라며 감사원 발표를 뒤집었다. 특감 당시 감사원은 배서자 6명이 `국민연금관리공단과 공무원연금관리공단 명부에도 등재되지 않은 인물들'이라며 가공인물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국민공단과 공무원공단 명부에 없는 만큼 현대상선 직원도 국정원 직원도 아닐 개연성이 높다는설명이다. 하지만 공무원공단은 국정원에 대해선 직원 신상명세없이 특수법인 명의로 연금총액만 관리하고 있어 구조적으로 국정원 직원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감사원이 간과한 것도 의문이다. 게다가 외환은행 직원의 경우 국민공단 명부에 신원이 등재돼있다는 점에서 감사원이 배서자 신원을 숨긴게 아니냐는 의혹을 떨칠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감사원측은 "배서자중 1명이 외환은행 직원이란걸 알고 있었으나 배서자가 국정원 직원이냐에 사건의 초점이 맞춰져 있어 해명기회를 놓쳤을 뿐"이라며"6명이 배서한 수표 26장은 모두 2천240억원으로 외환은행 직원이 배서한 10억원 짜리 수표 중 5억원은 송금수수료, 나머지 5억원은 송금대상액이 아니어서 현대상선계좌로 되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특감발표 이후 한나라당 진상조사팀의 감사원 방문조사 당시에도 "배서자는 신원불상"이라고 반복 설명, `해명기회를 놓쳤다'는 주장도 설득력을잃고 있다. ◇국정원 직원 은폐 의혹 = 배서자중 1명인 외환은행 직원을 조사하면 나머지 5명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조사하지 않았다는 문제점이 있다. 대북송금이 2000년 6월9일 외환은행 본점을 통해 동시에 이뤄진 상황에서 배서자인 외환은행 직원을 조사했다면 `돈을 들고 찾아왔거나 또는 배서한' 사람들의 인적사항은 간단히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특감 당시 "외환은행에 대한 조사는 계좌추적과 관련된 사항인데 감사원은 계좌추적권이 없다"면서 `권한밖'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외환은행은 감사원 감사대상 기관인데다 배서자 신원확인은 계좌추적과 무관한 사항이다. ◇신원확인 절차의 문제점 = 감사원이 특감 과정에서 공무원.국민 공단외에 경찰청 신원조회 시스템을 활용하지 않은 점도 석연치 않다. 당시 감사원은 "경찰 신원조회의 경우 협조의뢰 절차가 까다롭고 수사적 성격이강해 연금공단을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통상 정부기관에서 협조의뢰 차원에서 조회문의가 올 경우 이에 응하고 있다"는게 경찰청측의 설명이다. 따라서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해 감사원이 `겉핥기식' 신원조회를 했다는 비난을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이강원기자 gija00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