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당권경쟁이 가열되면서 각 주자간의주적(主敵) 관계도 윤곽이 잡히고 있다. 6명의 주자들은 내달 17일로 예정된 전당대회가 당내 경선인 점을 감안해 상대주자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전은 자제하면서 산발적으로 열리는 지구당대회나 후원회,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특정 후보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경선이 다가오고 각 주자간 우열이 드러날수록 판세장악이나 역전을 위해 지지기반이 겹치거나 성향이 비슷한 후보들을 중심으로 지지확산을 위한 상대 후보 비난과 견제는 심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당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서청원(徐淸源) 대표가 다른 주자들로부터 집중 포화를 받는 양상을보이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대선기간 당 대표를 맡으며 확보한 프리미엄 때문에그의 출마 여부는 이번 경선의 최대 관심사였다. 서 대표에 대한 공격의 포인트는 지난해말 천안 중앙연수원에서 원내외 지구당위원장들을 상대로 한 `불출마 선언'. 각 주자들 공히 이를 문제삼는 분위기다. 특히 김덕룡(金德龍) 의원은 7일 충남 보령.서천 임시대회에서 이형기 시인의 `낙화'를 인용하면서 "욕심 때문에 자리를 깔아뭉개는 사람이 많다. 설자리 앉을자리를 구분해야 한다"고 서 대표를 공격했다. 김 의원은 민주계 출신으로 서 대표와 지지기반이 겹치는데다 호남권을 놓고도각축을 벌이는 상황이라는게 당내 분석이다. 그러나 서 대표는 자신에 대한 협공에 무대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한 측근은"당내 경선에서 상대 후보에 대한 인신공격은 스스로 무덥을 파는 일"이라고 했다. 강재섭(姜在涉) 의원은 젊은 리더십, 세대교체를 주장하면서 서청원, 최병렬(崔秉烈) 의원을 겨냥하고 있다. 서 대표와 최 의원 모두 당 체질 변화, 서민층 포용등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지지기반을 공략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란게당 안팎의 관측이다. 최병렬 의원의 주요 타깃은 서청원 대표와 강재섭 의원. 특히 수도권, 부산.경남권에서 지지기반이 겹치는 서 대표와 치열한 경쟁관계다. 두 주자간에 공식적인비난전은 전개되지 않지만 물밑에서의 신경전은 상당히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빅4' 외에 김형오(金炯旿) 이재오(李在五) 의원은 각각 `당이 몸통째로변해야 한다' `야당다운 야당을 만들자'고 강조하면서 분전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주자들간의 주적관계 못지 않게 향후 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 중도사퇴나 후보들간 합종연횡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 선거판도가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는게 물론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역할분담을 전제로 한 노.장, 보.혁 주자간 연합이나 유력후보를 중심으로 한 연대 가능성 등이 가설 수준에서 나오고 있는 단계다. (서울=연합뉴스) 최이락기자 choinal@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