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한 시장과 첨단기술을 겨냥한 국내 기업들의 미국 투자 열기가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 환율도 불리하고 한국보다 임금수준도 높은 등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국내업체들은 미국 투자를 줄이기는커녕 더욱 더 강도를 높이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도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기업들이 미국에 대한 투자 확대를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에 2005년까지 5억달러를 투자해 나노공정을 적용한 첨단공장으로 탈바꿈시키기로 했다. 일단 올해 1단계로 1억2천7백만달러를 투자,회로선폭을 현재 0.13㎛(마이크로미터·1백만분의 1m)에서 업계 최소수준인 0.11㎛로 축소키로 했다. 또 서버 워크스테이션 등에 들어가는 1기가비트급의 최첨단 D램 반도체를 생산해 공급할 계획이다. 현대·기아자동차도 미국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앨라배마주에 10억달러를 투자,연산 30만대 규모의 자동차 공장을 건설중이다. 오는 2005년 이 공장을 완공해 싼타페와 뉴EF쏘나타 후속모델 등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또 현지 연구개발 시설을 대폭 강화키로 하고 캘리포니아주 모하비사막에 5천만달러를 들여 5백25만평 규모의 초대형 자동차 주행시험장을 건설한다. 디트로이트에 있는 기존 기술연구소(HATCI)에 이어 캘리포니아주 어바인 디자인&테크니컬 센터를 설립,미국 현지 자동차 개발을 담당토록 했다. 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도 앨라배마에 3천만달러를 투자,섀시 및 운전석 모듈공장 건설에 들어갔다. 하이닉스반도체는 투자여력이 없었던 재작년 하반기부터 지난해초까지 1억5천만달러를 들여 미국 유진공장에 신규 설비를 들여놓았다. 국내 공장보다 앞서 회로선폭을 축소한 신공정을 적용했다. 국내 기업들이 인건비도 비싼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는 것은 세계최대 시장인 미국시장에서 인정받지 않으면 세계적인 업체들과 경쟁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갈수록 심해지는 통상마찰에 대비하고 기술을 습득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 국내 기업의 미국 투자 기록이 공식 집계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70년.월남전이 한창이던 그해 6월 진이산업이라는 한국업체가 미군에 군수품을 납품하기 위해 1천달러를 투자해 미국 하와이에 'JINI SANUP'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그 후 지난3월말까지 약 33년에 걸쳐 국내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한 누계액은 모두 4천3백19건에 83억7천7백만달러.최근 환율로 계산하면 1백조원이 넘는 돈이 미국에 투자됐다. 지난 70년대 중반 삼성물산 대우인터내셔널 SK글로벌 LG상사 효성 등 종합상사들이 대거 진출한 이후 90년대중반까지 제조업체들도 잇따라 미국내 거점을 세웠다. 현대 삼성 LG 등 국내 대기업들이 미국진출에 쏟아부은 돈은 수억달러 이상. 삼성전자는 세계6위의 PC회사였던 AST인수에 7억달러를 투자해 단일건으로 미국 투자금액 최고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또 미국 뉴저지의 현지법인인 SEA(SAMSUNG ELECTRONICS AMERICA,INC.)설립에도 4억9천만달러를 투자했다. 지난 1983년 하이닉스반도체(당시 현대전자)가 미국 오리건 유진에 반도체공장을 세우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에 설립한 현지법인 'HEA(HYUNDAI ELECTRONICS AMERICA)'에도 그동안 6억9천4백만달러가 투자됐다. LG도 제니스 인수와 LG미국현지법인 설립에 각각 3억5천만달러와 2억2천만달러를 들였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