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국내 재계 인사들이 대거 동행키로 함에 따라 이들의 미국내 인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업인들은 그동안 꾸준한 교류와 친분을 통해 한·미간 경제협력은 물론 정치 군사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우호협력증진의 '보이지 않는' 가교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국내 재계인사 가운데 첫 손가락에 꼽히는 미국통은 류진 풍산 회장.풍산은 류 회장의 선친인 고 류찬우 회장 때부터 방위산업을 통해 미국 조지 부시 대통령 가문과 교분을 맺었다. 류 회장은 언제라도 부시 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할 수 있을 정도다. 부시 전 대통령은 최근 풍산의 미 현지법인인 PMX를 찾아 류찬우 회장의 흉상 제막식에 참석했을 정도로 인연이 각별하다. 부시 전 대통령은 92년 방한때 류 회장에게 같은해 4월의 PMX 준공식에 참석하겠다고 약속했다가 지킬 수 없게 되자 부인 바버라 부시 여사를 대신 참석시키기도 했다. 미 공화당 인맥과 교분을 이어온 류 회장은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지난 97년 발간한 자서전 '나의 미국여행(My American Journey)'을 한국어로 번역 출간하기도 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지금의 부시 대통령이 텍사스 주지사를 지낼 당시인 지난 96년 오스틴에 반도체 공장을 세우면서 인연을 맺었다. 당시 삼성 공장 준공식때 부시 대통령이 참석하기도 했다. 부시는 대통령 후보였던 지난 99년에도 이 회장과 만나 "삼성전자 오스틴공장이 잘 돼야 텍사스가 잘된다"고 말하며 친밀감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은 미 앨라배마 자동차 공장 건설을 계기로 미국내 인맥을 쌓고 있다. 지난 2001년 11월에는 방한중인 부시 전 대통령이 아산공장을 방문해 현대차가 주한미군에 기증키로 한 이동식 매점 차량을 둘러볼 정도로 교류를 강화하고 있다. 이웅렬 코오롱 회장은 풍산 류 회장의 소개로 부시 전 대통령을 만나 친분을 쌓았다. 이 회장은 부시 전 대통령이 방한하면 초청만찬을 개최하고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받는 등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부시 전 대통령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해 골프회동을 갖기도 했다. 재계의 또 다른 미국통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김 회장도 선대 김종희 회장 때부터 가족같은 유대를 맺어온 미 정계 거물들을 인맥으로 확보하고 있다. 김 회장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리처드 워커 전 주한미국대사,헤리티지 재단 이사장인 에드윈 퓰너 박사 등과 함께 지난 2001년 6월 한·미교류협회를 설립하고 민간 외교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이 밖에도 하원의장인 데니스 헤스터트 의원,공화당 하원 원내총무인 톰 딜레이,민주당 상원 원내총무인 톰 대슐 의원 등 정계 실력자들과 교분을 쌓고 있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도 미국 항공업계 최고경영자들을 중심으로 탄탄한 인맥을 구축하고 있다. 필 콘디트 보잉사 회장,레오 뮬린 델타항공 회장등은 조 회장이 특히 친분을 과시하는 미국 지인들이다. 조 회장은 미 남가주(USC)대 내에 설립된 '프랫 앤 휘트니 국제협력 공학연구소' 설립에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 한·미 산학협력에도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항공엔진 전문업체인 프랫 앤 휘트니사의 모기업이자 세계적 항공우주 전문기업인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사와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사장과 변대규 휴맥스 사장 등 국내 벤처기업 경영자들도 지난 2000년 부시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계기로 미국내 활동반경을 넓혀 왔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