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대북협상 자세가 종전과는 사뭇 달라졌다. 27일에 이어 28일 평양 고려호텔에서 속개된 제 10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 임하는 우리 측 대표단이 이전과는 달리 상당히 자신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7일 제 1차 전체회의에서 정세현 수석대표는 `북한 핵보유 발언' 등 핵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 그것이 사실일 경우 남북간 한반도비핵화선언에 대한 중대한 위반인 만큼 핵시설 및 핵무기 폐기와 책임있는 해명 등을 강력히 촉구했다. 특히 정 수석대표는 핵 문제를 집중 제기하면서, 남측의 도움은 받으면서 남측을 배려하지 않는 그동안의 북측 자세에 대해 직설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는 것. 회담 관계자는 28일 "우리측은 남한내에서 `북한에 퍼주기만 하느냐', `북한에 질질 끌려 다닌다'는 비난여론이 많음을 1차 전체회의에서 거론했다"고 말했다. 정 수석대표가 기조발언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 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의 기조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남과 북이 상호존중하면서 원칙과 신뢰에 입각해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대목에서 그같은 자세를 충분히 엿볼 수 있다. 북한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 우리가 도와줄 것은 도와주겠지만, 종전과 같이 북한이 필요한 것은 얻어가면서 남측을 궁지에 몰고 난처하게 만드는 그런 방식은 앞으로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같은 우리 정부의 자세 변화는 베이징 3자회담에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발언'이후 일고 있는 국내의 회의적이고 비판적인 여론을 감안한 제스처일 수도 있지만, 향후 대북정책에 대한 새 정부의 입장 정립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것은 또한 대북송금 의혹사건을 계기로 국내여론이 악화되면서 새 정부가 향후 남북관계를 `투명하게' 가져가려는 방침과도 그 맥이 닿는다. 회담에 참석한 다른 관계자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앞으로 북측과의 대화 통로유지에 급급해 마땅히 제기해야 할 문제들을 일부러 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첫날 만찬사에서 "지난 5년간 남북관계의 발전 경과를 다시 되돌아보면 좋은 점도 있었지만 앞으로 한단계 발전시키기 위해 고쳐야 할 점은 고쳐야 한다"는 정세현수석대표의 언급은 달라진 새 정부의 입장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평양=연합뉴스)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