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북중미 3자회담에서 북한이 미국측에 핵보유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핵문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북한이 핵 보유를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은 분명한 것으로 보이며 이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북한은 세계 9번째 핵무기 보유국가가 된다. 하지만 북한은 경제력에 기반한 동북아에서의 군비경쟁을 이겨내야만 할 것이고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자초하면서 북한 주민들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北 정말로 밝혔나= 회담에 참가했던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의 언급, 한일 정부의 반응 등을 종합하면 일단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핵보유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미심쩍은 대목이 남는다. 북측 단장으로 리 근 북한 외무성 미주담당 부국장이 23일 댜오위타이(釣魚台) 회담장 복도로 켈리 차관보를 끌고 나가 핵보유를 시사하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이번 회담은 중국의 중재 아래 이뤄졌다는 점에서 회담의 공정성이 담보되는데도 북측이 미국 대표를 살짝 불러내 얘기한 것은 뭔가 의도를 가진 행동일 수 있다는 점에서 협상력 제고를 위한 '공갈'이나 '위협'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에릭 플라이셔 미 백악관 대변인이 "북한이 독특한 회담 방식을 지닌 만큼 북한측 발언의 사실관계와 그같은 발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면밀히 검토한 뒤 추후대응단계를 밝힐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러한 북한의 모호한 태도를 고려, 신중한자세를 견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단 정부는 북한이 핵 보유를 시인한 만큼 북한이 실제로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전제아래 한미간 대응책을 강구해나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北 핵무기 가졌을까= 북한이 핵보유 시사발언을 던진 가운데 과연 정말로 핵무기를 가졌겠느냐도 이번 국면의 최대 쟁점이다. 북한의 핵보유와 관련해 그동안 한미 정부의 공식적인 평가는 핵무기를 개발할수 있는 수준의 플루토늄을 가질 개연성이 클 뿐 아니라 플루토늄을 이미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그렇지 않더라도 재처리 시설을 가동하면 3∼4개월 내에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고 2개월 내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작년부터 미국내 정보기관 등을 중심으로 북한이 핵폭탄 한 두개는 가졌을 것이라는 관측도 심심찮게 나왔었다는 점에서 북한이 이미 핵을 가졌을 가능성도상당히 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하더라도 무게가 무겁고 부피가 커서 실전에 사용하기는 어려운 저급한 수준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北 `핵 보유' 어떤 파장= 북한의 핵보유가 사실로 입증될 경우, 북한은 미국,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인도, 파키스탄에 이어 세계 9번째 핵보유국이 된다. 북한의 핵보유의 가장 큰 영향은 동북아 국제질서가 소용돌이 치게 될 것이라는점이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게 된 이상, 일본 한국 등이 안보를 위해 군비경쟁에 나설 것이고 이는 다시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력 증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다 북한은 핵 보유국이라는 지위에 걸맞은 대접(?)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핵을 보유하지 않은 북한은 핵 보유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협상대상이었지만핵을 보유한 북한은 국제사회의 관리대상으로 바뀌게 된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감시와 통제는 더욱 강화될 것이고 그동안 외화벌이의 수단이 됐던 미사일 수출 등은 서산호 사건 때처럼 미국의 강력한 제지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남북간 합의사항인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을 위반했다는 점에서 남북간경제협력과 지원사업이 종전처럼 이어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악훑 국민감정 속에서 정부의 대북정책도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핵 보유라는 북한 지도부의 선택은 국제사회의 지원과 협력이 절실한 북한주민들에게 '제2의 고난의 행군'으로 돌아가면서 북한사회 내 어려움은 계속 가중될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