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문제 해결의 첫 가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했던 미국, 북한, 중국의 베이징 3자회담이 서로의 강경 입장만 확인한 채예정된 3일을 채우지 못하고 이틀만에 끝났다. 이로써 다음 회담이 열릴 지 여부도 불투명해졌으며 미국과 북한 양국의 강경파들이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국과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서로의 강경한 입장을 개진하면서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진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특히 이번 회담이 미국측이 주장한대로 다자회담인지 아니면 북한측이 말한대로 양자회담인지를 놓고 처음부터 신경전을 벌였으며특히 미국은 이 회담을 서로의 입장을 개진하는 장으로 규정하고 회담에 임했다. 미국은 북한측에 ▲ 핵무기 프로그램을 입증할 수 있고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폐기할 것과 ▲ 한국과 일본을 조기에 회담에 참여시킬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에대해 ▲ 핵무기를 재처리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미국측에밝히고 ▲ 미국은 북한과 불가침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타임스는 24일 북한이 23일 베이징에서 열린 3자회담에서 사용후 핵연료재처리를 추진하고 있음을 거듭 밝히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다고 보도했다. 또 CNN방송은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의 존재를 미국대표단에 시인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핵연료 재처리 준비를 끝낸 것인지 아니면 핵연료를 재처리중이라고 미국측에 통보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어쨌든 재처리 의사를 강력히 밝히고 핵무기프로그램의 존재를 시인한 것은 우려할 만한 사태로 해석된다. 콜린 파월 장관은 23일 미국 아시아 태평양회의(USAPC)에서 연설을 통해 미국은북한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례없이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 그는 "그들(북한)은 베이징에서 열린 일련의 논의에서 미국과 그 우방들, 이 지역 국가들이 호전적인 성명이나 위협 또는 행동으로 협박당할 것이라는 인상을 털끝만큼도 갖고 떠나면 안된다"고 평양측에 경고했다. 미국 대표단은 중국 및 한국, 일본측과 이번 회담에 대해 다시 논의한 뒤 귀국할 것으로 보인다. 그명 이번 회담의 결과를 분석한 뒤 다시 이번 같은 형식의 3자회담을 열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북한측의 강경한 자세와 `핵재처리 발언'보도가 사실이라면 미국의 강경파들이 힘을 얻어 북한과의 회담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 역시 강경파들의 득세로 회담을 배제하고 `핵재처리'를 계속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파월 국무장관 등 온건파들이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강경파들의 `선 핵폐기 후 대화' 주장에 어떻게 대처하고 어떤 후속조치를 결정할 것인지가 관심거리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대영 특파원 kdy@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