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남북교류 행사를 잇따라 중단 또는 연기시키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특히 북한은 `베이징 3자회담' 직후인 25일 금강산관광을 중단시키는가 하면 평양 개최예정인 5.1절 공동행사를 일방적으로 연기해 `빗장걸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북한은 사스 확산 우려를 이유로 대고 있지만 지금까지 한국에서 사스환자가 한명도 발생하지 않은 `사스 청정국'임을 고려할 때 남북간 대사를 거부할 명분으로는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다자회담을 계기로 조성된 북-미 대치국면을 극대화하기 위해 문걸어 잠그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북한 전문가는 "미국 언론 보도대로 북한이 `3자회담에서 북한이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고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가까운 장래에 핵실험을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면, 이는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국제사회를 향한 '핵탄급 발언'"이라며 "북한은 이를 통해 한반도 긴장고조를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일본, 대만 등의 핵개발과 중국의 핵무장 강화를 불러올 수 있으며, 국내에서도 핵무장 여론이 거세질 수 있다. 북한은 그간 원자력개발은 단지 전력생산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해왔으며, 지난 1월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 발표후 영변 핵시설 가동에 돌입할 당시에도 이를 명분으로 들었다. 그러나 북한은 최근 태도를 `확' 바꿔 지난 18일 외무성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빌려, "사용후 핵연료봉 재처리에 착수했으며 상당히 진척시켰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사용후 핵연료봉 재처리는 플루토늄 추출과 핵무기 개발로 곧장 이어진다는 점에서 그간 미국은 `북한이 넘어서는 안될' 금지선(Red line)으로 제시해왔다. 그럼에도 북한이 3자회담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면, 이는 최악의 경우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로부터 군사적인 공격을 받을 수 있는 빌미가 될 수도 있다. 학계 관계자는 "3자회담에서 선 핵폐기-후 협상론을 고수하는 미국에 강력한 카드를 제시하기 위해 핵무기 보유 발언을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북한의 핵무기 보유 발언이 사실이라면 내적으로는 준전시체제를 발령하고 외국인의 국내 유입을 차단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북한의 잇단 남북간 교류행사 중단 또는 취소는 내부 결속을 위한 `빗장걸기' 라는 분석이다. 다른 시각도 있다.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북한 직업총동맹이 25일 현대아산과 양대노총에 "사스때문에 부득이 서로 왕래를 자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처럼 북한은 사스 확산을 크게 우려, 당분간 대외행사를 취소하고 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의료체제가 허술하고 인민들의 영양상태가 부실한 북한으로선 한번 괴질이 휩쓸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면서 "최근 외국인 입국 거부 움직임과 남북교류행사 중단은 이런 차원에서 비롯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일부 조명균 교류협력국장도 "북한은 사스를 비전형 폐렴으로 구분하고 있다"며 "금강산 관광을 일시 중단한 것은 사스 확산을 우려한 때문"이라며 다른 해석을 경계했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