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행정부는 북한이 핵무기를 가졌다고 시인한 데 대해 북한의 어떤 협박에도 위협당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국 언론들은 북한이 미국이나 한반도 주변국가들에 위험한 선택을 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 반응=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24일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밝힌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논평했다. 그는 "우리는 몇년 동안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왔다"면서 "이제 그들이 말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행정부의 반응은 비교적 차분했지만 북한에 대한 경고수위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우리는 절대로 위협당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도 이날 아시아·태평양회의(USAPC)에 참석,"그들(북한)은 미국과 그 우방,이 지역 국가들이 호전적인 성명이나 위협 또는 행동으로 협박당할 것이라는 인상을 조금이라도 갖고 떠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언론 반응=워싱턴포스트는 서울발 기사에서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북한의 핵무기 보유발언은 미국의 군사공격을 자초하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군사공격이나 해상봉쇄,강력한 제재 또는 핵보유 수용 등 미국이나 아시아 국가들이 그동안 피하고 싶었던 위험한 선택을 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한나라당 박진 의원의 말을 인용,"보복의 한 방법은 영변 핵시설에 대한 정밀 공격이며 미국 지도자들은 정밀 공격을 하더라도 전면전으로 번지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북한의 리 근 대표가 8천개의 폐연료봉 재처리를 끝냈다고 발언한 데 대해 주목했다. AP통신은 리 대표의 말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곧 핵무기 6~8개를 추가로 갖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핵보유 시인이 허세나 으름장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MSNBC TV는 리처드 버틀러 전 유엔무기사찰단장의 말을 인용,북한이 전형적으로 쓰는 허세(bluff)의 하나라고 보도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