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모종의 진전설까지 나돌았던 베이징(北京) 3자회담이 결국 25일 '파경'속에 마지막 일정에 들어가자 북한과 미국,중국 대표단의 숙소나 회담장인 댜오위타이(釣魚臺) 주변에는 긴박감이 나돌았다. 그러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파문이 강타하고 있는 베이징에서 공포에 떨며 어려운 취재를 하던 각국의 기자들은 "무서운 땅을 곧 떠날 수 있겠다"며내심 안도하는 등 애환이 교차하고 있다. 0...회담 마지막날인 이날 오전부터 3국 대표단은 긴박하게 움직였다. 오전 7시30분(현지시간) 숙소인 차이나월드 호텔을 나선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 등은 취재진의 질문공세를 '무시'하고 시내 모처로 사라졌다. 그는 한시간여뒤인 8시43분 회담장인 댜오위타이에 모습을 드러냈다. 앞서 리근 외무성 미주담당 부국장 등 북한 대표단을 태운 차량행렬이 오전 8시26분께 회담장으로 들어섰다. 3자가 모종의 막판담판을 벌이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무색하게 하듯 오전 9시9분 북한 대표단이 회담장을 나섰다. 불과 40여분만에 회담장을 떠난 것이다. 또 9시45분에는 미국 대표단도 회담장을 떠났다. 결국 초청국인 중국측 대표단을 각각 만나 '차한잔 마시면서 감사를 표하는' 의전을 마지막으로 베이징 회담이막을 내린 것으로 소식통들은 해석했다. 한마디로 북한 핵문제 해결은 커녕 더 큰짐만을 남긴채 베이징 회담은 '기약없는 이별'을 한 셈이다. 0...이번 회담은 당초부터 협상이 아닌 각국의 '기본입장'을 확인하는 자리인만큼 회담 성과에 대한 공식 발표는 일절 없을 것이라고 현지 외교소식통들은 설명했다. 회담 내용에 대해 취재진들의 집요한 질문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한 한국의 외교당국자는 "켈리 차관보가 한국에 가서 북한측 발언 내용을 자세하게 전달할 때까지 기다려봐야 할 것"이라며 함구로 일관했다. 또 애당초 이번 회담이 비공개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힌 중국 당국도 대외적인발표 등은 아예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후문. 0...이른바 '북한 핵보유' 사실이 미국 언론을 타고 알려진 24일 밤 각국 취재진들은 잠행하고 있는 각국 대표단을 추적하느라 심야까지 힘겨운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구체적인 북한측 발언내용에 대해서는 서로 분석이 엇갈렸다. 북한이 항상 그렇듯 벼랑끝 전술을 구사했지만 예정된 회담 일정을 끝까지 소화하는 예의를 지킨 것을 보면 '뭔가 희망적인 것이 있지않느냐'는 분석에서부터 "미국정부가 과거 클린턴 행정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태도로 임하고 있다"면서 결국 북한핵 사태가 더욱 파문이 확대되는 쪽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번 회담의 주최측으로 참가한 중국의 경우 양측을 끝까지 적절하게 중재한데다 북한을 설득한 위상을 다시한번 확인했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승리자"라는평가가 우세했다. 0...각국 취재진은 25일 오전으로 사실상 이번 회담이 모두 끝나자 "이제 사스공포로부터 해방되게됐다"며 환호하기도 했다. 일부 기자들은 "길거리에 온통 마스크를 쓴 시민들을 볼때마다 공포에 떨곤했다"면서 "베이징에 다시는 오고 싶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도 본국으로 귀국하게 되면 정밀역학조사를 받아야 하거나 격리조치를 당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는 또다른 고민에 빠지기도. (베이징=연합뉴스) 조성대.이우탁 특파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