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3자회담'이 북한과 미국의 강경한 입장차이만 확인한 채 사실상 끝나면서, 27일부터 29일까지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장관급회담에서도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진전을 병행한다는 게 정부의 기본방침이어서 핵문제 거론이 불가피하다"며 "그러나 북측은 이와 관련된 논의를 회피할 것으로 보여 진전을 보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북한은 3자회담에서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고 있으며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가까운 장래에 핵실험을 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장관급 회담에서 이를 두고 양측의 대립이 예상된다. 정부는 현재로선 북한이 실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지에 대한 확인은 불가능하지만 핵무기 보유 사실을 밝힌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관련, 미국은 24일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 보유 발언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3자회담에서) 북한과 중국측이 말한 내용을 주의깊게 분석하고 다음에 어떻게 할 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정부는 장관급 회담에서 핵무기 보유와 핵실험 의지 등에 대한 북측의 공식적인 해명을 요구할 개연성이 크다. 정부는 또 지난 18일 북한 외무성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빌려 발표한 `핵재처리' 언급 파문과 3자회담에서의 한국배제를 주장한 이유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따질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북측은 `핵문제는 어디까지나 북-미간 문제'로 중국은 단지 장소만 빌려주는 차원에서 회담에 참여한 것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와 핵무기 보유 여부와 관련해서는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NCND로 일관하면서 직답을 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 북한은 한미합동군사연습을 거론하며 "남조선 당국이 민족공조로 외세의 침략 위협을 받고 있는 동족을 도와 나서지는 못할 망정 외세를 편들고 있다"면서 역공세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북측은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조차 6.15 선언이라는 표현을 한차례도 쓰지 않았음을 중점 부각시키면서 새 정부의 6.15 선언 이행의지가 의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는 한편 최근 시작된 대북송금 특검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북한 전문가는 "이번 장관급 회담은 핵무기 보유와 핵재처리 여부, 3자회담 한국배제, 대북송금 특검 등 정치적인 이슈에 대한 공방으로 경제협력, 쌀.비료 지원 문제 등이 제대로 논의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쌀 지원과 관련, 정부는 `국회와 긴밀히 협의하고 국민합의를 바탕으로 지원한다'는 입장이어서 이번 회담에서 북측이 핵문제에 대해 기존입장을 되풀이할 경우 국민여론이 악화돼 차질이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