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국무총리는 21일 참여연대 경실련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 대표자 24명과 만찬간담회를 갖고 새정부의 개혁정책에 대한 의견을 듣고 협조를 당부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총리와 만나 정부정책에 대해 '조언'을 하는 장면은 새 정부 '개혁 파트너'로서의 높아진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공정거래위원장과 국세청장 등 정부 기관장들도 시민단체 대표들과 잇따라 만나고 있다. 단순히 여론을 청취한다기보다 구체적인 정책 항목까지 논의하는 모습들이다. 새 정부들어 청와대와 행정부처에서 각종 위원회들이 신설되면서 상당수의 시민단체 대표가 위원 등의 직함으로 직접 참여하고 있다. 참여연대와 경실련은 특히 그렇다. 참여연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다수의 활동가들이 인수위원 등으로 참여한 것을 비롯 박원순 변호사(상임 집행위원장)는 최근 세정혁신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아 국세행정의 청사진을 직접 그리고 있는 정도다. 경실련은 노무현 정부에 3명의 각료급 인사를 배출하기도 했다. 강철규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허성관 해양수산부 장관, 김병준 정부혁신추진위원장이 모두 경실련 출신이다. 때문에 "시민단체로서의 금도를 넘어섰다"거나 "스스로 권력기구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않게 일고 있다. 정부를 감시하고 비판하기보다 스스로가 직접 정책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단계로까지 기능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가 정치 엘리트 배출처가 되거나 스스로 권력기구화하는 것은 결코 환영할 일이 아니다. 최근들어 전국적으로 수백개의 단체가 '시민'의 이름을 내세워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권한과 영향력에 부합하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특성이요 한계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