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간 21일 청와대 회동은 박 의장이 최근 방미기간 딕 체니 부통령 등 미행정부 및 의회 지도자들을 두루 만난 결과를 노 대통령에게 생생하게 전달키 위해 박 의장측이 요청해 이뤄졌다. 따라서 대화 내용은 북한 핵문제와 한미 동맹관계 등 2가지 문제에 집중될 것이라고 양측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국회 관계자는 "미국은 북핵문제보다 한미동맹관계에 더 큰 우려를 갖고 있다는 게 박 의장의 판단"이라며 "우리 정부 외교라인과 의원 방미단의 보고 내용과는 다른 것들이 언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장은 특히 미 행정부 및 의회지도자들 사이에서 북핵문제를 아주 심각하게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는 점을 지적, 노 대통령이 내달 방미를 앞두고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라는 점을 역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그러나 이런 측면 외에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독대했다는 자체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국정 현안을 놓고 따로 만나 협의하는 것은 헌정사상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국회와 대화.협력관계를 강조하고 실천해온데 대한 박 의장의 호응이자 박 의장측에서도 과거 `거수기' `통법부'라는 국회 이미지를 탈피해 3권분립에 충실한 가운데 국회가 독자적 입장에서 행정부에 비판.협력하겠다는 공언을 실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과 박 의장이 직접 자리를 같이 해 대화를 나눈 것은 3번째다. 연초 당선자 시절 오찬을 함께 했고, 지난달 21일엔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대표,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 대표 권한대행,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 등 여야 지도부와 청와대에서 만찬을 함께 했다. 따라서 노 대통령이 취임후 국회의장과 단독으로 만나 국정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한편 노 대통령이 최근 여야 지도자들과 사회 각계인사, 나아가 김대중(金大中)전 대통령 등을 두루 만나는 것을 놓고 대화정치를 통해 국정과 정국 현안을 풀어나가려는 강력한 의지 표명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조복래기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