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핵무기 개발 포기설득을 위한 좋은 기회" 언급을 계기로 오는 23일로 예정된 북-미-중 3자회담이 예정대로 개최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그러나 회담개최 여부를 두고 막판까지 진통을 겪는 모습이 보여주 듯 북핵문제를 골치 아픈 난제를 다루는 이번 회담의 성과에 대해서는 일단 대화의 시작 이상 크게 의미를 부여할만한 성과 도출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준비회담 = 미국은 이번 회담을 `준비회담.예비회담'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핵포기를 유도할 체제안전보장 및 대북 경제지원 등에 대한 구체적인 `당근'은 준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난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사전협의를 통해 "북한의 핵무기 개발계획 포기 및 해체를 강력히 요구하겠다"는 방침과 함께 "한국과 일본의 참여 없는 실질협상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북측에 전하겠다"는 입장도 함께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도 함께 참여하는 다자회담을 준비하는 회담이자 북한의 태도변화 여부를 탐색하는 자리로 삼겠다는 말로 해석된다. 정부 당국자는 21일 "미국은 북핵 폐기 요구 및 한.일 참여라는 기본적인 입장만 북한에 전달할 것"이라면서 "북한은 체제안전보장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이 높지만 미국은 원칙적 입장만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번 회담이 지난해 10월 미국 특사의 평양 방문 때와 같이 서로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얘기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2차회담 여부 = 미국이 이번 회담을 준비회담으로 규정하면서 첫 회담 이후 2차, 3차회담 여부도 관심사이나 "한국, 일본의 참여없는 회담은 없다"는 미국의 방침은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도 이번 3자회담을 북미 양자간 협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한국과 일본의 참여를 쉽사리 수용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북핵사태 발생 6개월만에 북미 양측이 3자회담의 형식을 통해 테이블에 마주 앉았지만 추가 회담여부조차 결론을 내리지 못할 불확실성이 많은 상황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한국.일본의 참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미국은 더 이상 준비회담을 지속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재처리' 주장 영향 = 북한이 이번 회담을 앞두고 갑자기 발표한 핵재처리 시사 발언은 회담 분위기를 급랭시키면서 이것이 최우선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이 실제 핵재처리에 나섰을 경우 한달에 1개이상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충분한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은 북한측의 해명을 강력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베이징 회담에서 북한의 진의를 다시 알아보기로 했다"면서 "회담과정에 핵재처리 문제가 자연스럽게 거론될 것"이라고 전했다. 만일 이 자리에서도 북한이 핵재처리 돌입을 시사할 경우 회담은 곧바로 중단될 수 만큼 분위기가 경색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정부 고위 당국자는 "베이징 회담 상황에 따라 북핵사태가 더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