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대변인이 18일 "이제는 8천여 대의 폐연료봉들에 대한 재처리 작업까지 마지막 단계에서 성과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해 재처리 작업이 상당히 진행됐음을 밝혔다. 북한은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에 따라 국제원자력 기구의 관리 아래 폐연료봉 8천여 개를 수조에 보관해오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중유공급이 중단되면서 동결 핵시설의 해제와 함께 봉인을 제거했다. 폐연료봉의 재처리 작업의 심각성은 이를 통해 핵무기 제조의 핵심 물질인 플루토늄 추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말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이미 상당량의 플루토늄을 추출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일단 정부는 북한이 폐연료봉의 재처리를 위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며 "북한이 재처리 작업을 마무리 단계에서 벌이고 있는지는 좀 더 사실 파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이 같은 사실을 3월초 미국을 비롯한 유관국들에 통보했다고 밝혀 폐연료봉 재처리 작업이 사실임을 시사했다. 문제는 북한이 폐연료봉 재처리에 들어갔다면 핵무기 생산의 전 단계에 돌입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북한은 동결 핵시설의 해제조치가 미국의 중유 공급이 중단된 상황에서 전력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자구적 조치이며 핵 동력을 평화적으로 이용할 것임을 거듭 강조해 왔다. 북한은 지난 1월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는 정부성명에서 "우리는 NPT에서 탈퇴하지만 핵무기를 만들 의사는 없다"며 "현 단계에서 우리의 핵 활동은 오직 전력생산을 비롯한 평화적 목적에 국한할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번 언급에서 "이라크 전쟁은 전쟁을 막고 나라의 안전과 민족의 자주권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오직 강력한 물리적 억제력이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고 밝혀 최근의 주변 정세에 따라 핵개발 방침이 변경됐음을 시사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