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노동정책이 원칙과 법을 중시하는 현실주의로 급선회하고 있다. 이는 철도노조의 총파업 예고에 이어 산업현장 노조들의 경영참여 등 무리한 요구들이 쏟아지는 상황이 계속될 경우 침체에 빠진 경제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18일 고건 국무총리 주재로 노동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철도노조가 파업을 강행할 경우 관련자들을 법과 원칙에 따라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최종찬 건설교통장관은 담화에서 "정부는 불법파업 주동자 및 가담자에 대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사법처리 및 징계조치 등 엄정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는 3월 초 노동관계 장관회의에서 공권력투입은 가급적 자제하고 평화적 쟁위행위를 할 경우 불법파업 가담자에 대해서도 불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겠다는 정부의 당초 노동정책 기조와 다른 것이다. 출범 직후 친노동계적인 정책을 강조해온 정부가 방향을 급선회한 것은 철도분규를 계기로 올해 춘투를 강성 노동계가 주도하는 사태를 미리 방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임금 및 단체협상을 앞둔 민간기업 노조들이 경영권 참여, 비정규직 동등대우 등 재계의 수용능력을 넘어선 협상안을 잇따라 제시하면서 노사관계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는 정책 상황 판단도 크게 작용했다. 최 장관은 "20일로 예정된 철도노조 파업이 강행되면 건교부에 정부합동특별대책본부를 설치, 비노조원과 퇴직자 등 가용인력을 투입해 열차운행 차질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위해 파업대비 비상대체인력 9천6백명을 확보한 상태이며 열차운행 정상화를 위해 필요하다면 군병력을 투입할 것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장관은 "시설부문은 국가소유로 유지하고 운영부문은 민영화 대신 공사화하는 방향으로 구조개혁이 추진 중인 만큼 철도노조의 파업은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