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다자대화 참가 의사를 시사함에 따라 핵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풀려가고 있는 가운데 결국 해법은 북미 양자대화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핵문제는 한국도 중요한 당사자이지만 주된 당사자가 아니다"며 "핵과 안전보장도 한 당사자이지만 핵과 안전보장의 중심적 당사자는 북한과 미국"이라고 밝혀 결국 양자회담이 이 문제 해결의 관건임을 언급했다. 일단 북한은 다자대화 참가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김영삼 정부 시절 열렸던 4자회담을 염두에 두고 양자회담 가능성에 기대를 걸 것으로 보인다. 4자회담에서는 회담 전과 개최되는 중간에 북미 양자회동을 통해 의견조율을 할수 있었고 심지어는 제네바에서 열리는 회담 전에 북한과 미국의 대표단이 베를린에서 만나 심도있는 논의를 갖기도 했다. 남북한과 미, 일, 중, 러 등이 참여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 앞으로의 회담에서 과거의 다자회담 관행이 적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북한은 이번에도 4자회담의 전례가 적용되길 바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측이 "적절한 외교채널을 통해 답변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임에 따라 열리게 될 북미간 접촉에서는 이같은 문제들에 대한 의견교환이 집중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1990년대 말 열렸던 4자회담의 경우, 북한은 회담의 내용과 성격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했고 본회담이 열리기 전에 회담에 대한 사전 설명회를 갖기도 했다. 따라서 북한은 미국과의 사전접촉을 통해 양자회담의 개최 가능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만일 미국이 핵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대조선 정책을 대담하게 전환할용의가 있다면 우리는 대화의 형식에 크게 구애되지 않을 것"이라는 모호한 언급으로 다자대화 수용의지를 밝힌 것도 양자대화의 개최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다자대화가 열리면 자연스럽게 북미 양자대화의 분위기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다자대화에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 중국과 러시아는 북핵 문제가 불거지면서 계속해 북미 양자간 해결을 촉구해 왔고 이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핵문제의 국제화에 반대 뜻을 피력했다는 점에서 북한편에서 지원사격을 해줄 것이다. 또 한국 정부도 일단 북한이 다자대화에 나오면 양자대화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고 임동원(林東源) 특사도 이런 맥락에서 북측을 설득했던 만큼 양자대화에 적극적인 중개역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 동맹국 미국의 입장을 거의 따르고 있지만 북일관계에서 풀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다자대화 틀내에서 다양한 양자대화가 열리기를 은근히 바랄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문제는 양자대화의 또 한 축인 미국이다. '선 핵포기'라는 강경 입장이 아직도 나오고 있지만 외교적 노력을 포기한 채 이라크 전쟁을 일방적으로 처리했다는 국제사회 비판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핵문제에서는 외교력으로 푸는 자세를 견지할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