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5일 취임 50일간의 국정에 대해 "겉으로 드러나는 여러가지 평가를 종합해보면 국민의 정부가 겪었던 여러가지 실패의 과정들이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는 불안한 느낌을 받는다"면서 "이 기간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문화와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으나 그 성과가 나타나기엔 너무 짧은 시간 아니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사편중과 난맥에 관해 지적을 받고 있고 개혁에 관해서도 한쪽에선 불안하다고 평가받는 반면 다른 한편에선 물 건너갔다는 지적을 받고있으며 저의 측근이 같은 성질의 것은 아니지만 불미스런 명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개혁과 관련, 노 대통령은 당정분리 원칙속에서 정당개혁 추진을 요구받고 있는 데 대해 "서로 모순적인 것"이라며 "가장 위대한 정치개혁은 정치개혁을 강요하지 않는 것이며, 말로만 정치개혁을 촉구해야지 그 이상으로 가면 위악이고 위법"이라고 지적하고 "정당을 좌우하지 않는 저의 무능력, 바로 그게 저의 정당개혁의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또 "당에 있는 사람들은 제 간섭이 불편하게 느껴지면 왜 간섭하냐고 말하고 불편하지 않게 느껴지면 왜 보다 강력한 관심을 갖지 않느냐고 항의한다"면서 "이게 오늘 우리 사회의 이중적 사고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이런 이중적 사고의 현실은 저의 모든 일상적 삶에서 부닥쳐야만 하는 문제여서 비서실과 나, 공직사회와 나 사이에도 전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이런 긴장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이런 갈등속에서 우리 사회 문화의 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은 "오늘(14일) 당장 점심때 저를 도와줬던 선배 정치인이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을 충고하고 가셨는데, 내가 하고싶지 않은 일, 내가 나의 원칙에 비춰 해서는 안될 일들만 충고하고 가셨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개혁의 저항과 장애는 의외로 보수세력에게서만 오는 게 아니다"며 "보수의 저항은 설득하고 극복하기가 오히려 쉽지만 변화와 개혁을 지향하는 세력들과의 마찰과 갈등이야말로 정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안보팀의 전문성 부족' 지적에 대해 노 대통령은 "남북관계든 대미외교든 반드시 프로가 마지막 결정을 하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하고 "전문가는 건전한 상식밖에 있는 여러가지 시나리오까지 써오는데 선택은 결국 내가 하는 것"이라며 "내가 가진 것은 건전한 상식으로, 가장 강력한 프로페셔널은 나"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대언론 원칙에 대해 "말하자면 소를 건강하게 하자는 것이지 잡지는 않겠다는 것"이라며 "그 수준에서의 조절은 있지만 원칙의 포기는 없다"고 말했다. 시장개혁에 대해서도 "축구로 치면 그라운드를 관리해주는 것"이라며 "참여정부는 개혁을 빙자해 기업을 괴롭히는 일은 없다"고 강조하고 "약속대로 가고 있다. 체질을 개선하겠다고 한 것이지 사람을 때려잡겠다는 게 아니다. 황소에 비유한다면 뚜벅뚜벅 가고 있다"고 자평했다. 북핵문제 해법과 관련, 노 대통령은 "`우리가 무엇을 하든 미국은 자기 계산대로 간다. 그래서 우리는 별로 할 일이 없다'는 것은 결정론적 사고"라며 "저는 철학, 정치, 사회운동 등 모든 분야에서 결정론적 사고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기자 k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