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핵문제를 지렛대로 미국에 대해 '사회주의체제'를 보장해줄 것을 한결같이 요구하고 있다. 북한의 '핵-체제보장' 연계 전략은 지난 12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외무성 대변인의 발언에서도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외무성 대변인은 "우리가 (북.미)직접회담을 주장하는 것은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압살정책을 포기할 정치적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함이다"면서 "미국이 핵문제의 해결을 위해 대조선 정책을 대담하게 전환할 용의가 있다면 우리는 대화의 형식에 크게 구애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북한과 미국이 '직접회담'을 통해 핵문제를 풀어야 하며 양측 회담에서는 북한 체제를 보장하는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외무성 대변인이 미국에 대해 적대정책을 포기할 것을 요구한 것은 결국 체제보장을 강조한 것"이라면서 "북한은 현 정전체제하의 북.미 적대관계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데 주력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고 풀이했다. 북한이 그동안 핵문제 해법으로 미국에 제시한 '불가침조약'도 그 이면에는 체제수호의 절박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2월 18일 담화를 통해 미국에 불가침조약 제의를 받아들일 것을 촉구하면서 "불가침조약 체결을 제안한 것은 미국이 가하고 있는 부당한 군사적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지 무엇을 얻어먹자는 것이 아니다"고 말해 그러한 뜻을 드러냈다. 북한은 지난 93년 1차 핵위기 당시에도 미국에 대해 체제를 보장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고 결국 미국은 '공동성명' 형식으로 북한 주장을 수용했었다. 그해 6월 11일 강석주 외교부 부부장(현 외무성 제1부상)과 로버트 갈루치 국무부 차관보는 '미국은 북한에 대해 핵무기를 포함한 무력 사용 및 위협을 하지 않으며 자주권을 존중하고 내정간섭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후 북한과 미국은 2000년 10월 공동코뮈니케를 통해 93년 6월의 공동성명 이행을 재차 강조하면서 '두 나라 사이의 관계가 자주권에 대한 상호존중과 내정 불간섭의 원칙에 기초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 같은 합의들을 이행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북한이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고 핵개발에 착수하려는 것도 미국의 무성의한 자세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결과이고 실제로 북한은 이를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에 대한 '정당한 자위적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sknk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