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별장' 청남대가 20년만에 베일을 벗고 일반에 공개됐다. 오는 18일 개방 기념행사가 열리는 데 이어 오는 22일부터 일반 관람이 허용되는 청남대 내부가 10일 언론에 전격 공개된 것. 엄격한 통제와 경호 때문에 지난 20년 간 청원군 문의면 주민들의 원성을 샀던`최고 권력의 상징' 청남대가 국민의 품으로 돌아왔음을 실감케 하는 날이었다. 오전 9시30분께 충북도청에 집결한 80여명의 언론인들은 2대의 대형 버스에 나눠타고 청남대로 향했다. 대청호를 향해 30여분을 달리다 문의면 소재지 초입에서 좌회전, 보은 회남방면을 향하는 도로로 들어서자 한가롭고 평온한 정경이 눈에 들어왔다. 대청호반을 끼고 도는 2차선 도로변에는 제철을 만난 목련과 벚꽃, 개나리가 만개, 봄 기운을 만끽할 수 있었지만 영농철을 앞두고 있는 논과 밭에는 잡풀만 무성할 뿐 인적이 없는 것이 여느 농촌 풍경과 다를 것 없어 `대통령 별장'으로 향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5분여쯤 달리다 회남으로 가는 도로에서 갈라져 청남대로 향하던 버스는 4개의초소를 거친 뒤에야 비로소 경비대 막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세간의 이런저런 풍문과는 달리 초입부터 청남대 이미지는 화려하다는 느낌은들지 않았다. 오히려 서슬퍼런 신군부시절 지어진 `대통령 별장'이라는 시대적 상황을 감안하면 오히려 소박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청남대 현황을 브리핑하는 경비대장 역시 이 점을 강조했다. "지하 수족관이 있다는 낭설은 사실무근입니다. 대피 목적으로 지하 홀을 일반건물에 비해 깊게 판 것이 와전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본관 내부 장식들도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 만큼 호화롭지 않습니다." 그는 조경을 위한 청남대 내 꽃들 조차도 89종의 토종 야생화로만 채워 소박함을 살렸다고 설명했다. 항공 촬영한 청남대는 육지에서 뾰족하게 튀어나온 반도 형태에 작은 혹 2개가덧붙여진 형태를 하고 있었다. 대청댐을 끼고 돌면서 본관이 자리하고 본관 앞에는 대통령 전용 헬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4천500㎡ 규모의 잔디밭이 자리하고 있는 형태였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40분이 소요되는 전용 헬기를이용, 청남대를 방문한 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열차를 이용, 청주까지 온 뒤 승용차로 청남대에 오는 코스를 택했다고 한다. 청남대로 진입하기까지 4중 철책이 쳐져 있는데 본관 출입을 통제하는 마지막철책을 끼고 우측으로 내려가니 3천㎡ 규모의 양어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물을 펌핑해 산 위로 끌어 올렸다가 흘러 내리는 자연정화 방식으로 수질을 유지한다는 이 양어장은 원래 스케이트장으로 조성한 것이 얼음이 제대로 얼지 않는바람에 용도를 변경한 것으로 비단잉어와 붕어가 떼를 지어 노닐고 있었다. 주변에는 흰 꽃을 활짝 피운 배나무가 방문객들을 반기고 있었는데 청남대 건립이전부터 104그루의 배나무 있고 여기서 나는 배들은 역대 대통령들이 국무위원들에게 선물로 나눠주는 것이 관례였다고 한다. 본관 입구에서는 2-3명의 인부들이 아담한 돌탑을 쌓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청남대 개방을 지시한 노 대통령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문의면 주민들이쌓기로 한 것으로 32개 마을 지명을 넣은 돌을 비롯 문의면 주민 수와 같은 5천800여개의 돌로 탑을 쌓는 것이었다. 최종 통제소부터 본관 입구까지 20m 거리에 원추형의 반송(盤松) 30여그루가나란히 늘어서 그윽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7그루의 토종 소나무가 고고함을 자랑하는 정원 뒤로 지하 1층, 지상 2층 2천600㎡ 규모에 초록색 기와 형태의 본관 건물이 단아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1층은 행사요원 숙소와 접견실, 회의실이 위치해 있고 2층 우측이 대통령의 침상과 서재가, 좌측에는 가족들의 숙소로 쓰였다. 내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한 눈에도 화려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본관 우측 터에는 미끄럼틀과 회전 자전거 등 놀이시설이 들어서 있었는데 김영삼 전 대통령이 손자와 손녀들을 위해 마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본관 뒤편에도 널찍한 잔디밭이 자리하고 있었으며 본관 건물 뒤편에 2층에서잔디밭까지 완만한 철제 계단이 설치돼 있는 것이 눈에 띄었는데 다리가 불편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위한 것이었는 다는 설명이다. 다시 본관 좌측으로 돌아가니 25m 길이에 6레인 규모의 작은 수영장이 있고 그위로 테니스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본관을 나와 우측으로 난 산책로를 걸어봤다. 우측으로는 대청호가 한눈에 들어오고 좌측으로는 최장 360m 거리에 파4 규모의 1개홀짜리 골프장이 아담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포장하지 않은 마사토 흙길인 이 산책로는 당초 500m 거리였던 것이 조깅을 즐겼던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1㎞로 연장됐다. 산책로 좌우는 고사리며 취나물, 삼지구엽초, 꿩의 비름, 어성초 등 듣기에도생소한 토종 식물들이 늘어서 있었고 감나무와 사과나무, 살구나무도 어우러져 고향집 풍경을 그려내고 있었다. 골프장을 따라 일렬로 늘어선 나구송은 쭉쭉 뻗은 가지가 시원하면서도 깨끗한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산책로 끝에 정겹게 서 있는 초가집 형태의 정자는 시야가 확 트여 대청호가 시원하게 내다보일 뿐 아니라 한 여름에도 시원한 바람이 불어 여름철 더위를 식히는데는 제격이라고 안내를 맡은 경비대 관계자는 전했다. 신문지면을 통해 익숙해진 `청남대 구상'이니 하는 역대 대통령들의 국정 운영아이디어는 본관을 나서서 고운 마사토 흙을 밟을 수 있는 산책로를 걸어서 이 정자에 이르는 동안, 혹은 시원하게 대청호가 내다 보이는 이 정자에 걸터 앉아 있는 동안 이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부근 대청호에는 대통령 전용 소형 보트 영춘(迎春)호가 덮개를 쓴 채 땅 위에올라와 있는 것이 청남대 개방으로 제 구실을 못하게 된 신세를 그대로 반영하는 듯쓸쓸해 보였다. 대통령이 방문하면 24시간 매복 근무를 한다는 3척의 초소정 역시 한가로워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청남대 전체 규모는 180만5천㎡ 규모. 그러나 2개의 섬을 비롯 활용가치가 없는 땅을 제외하면 실제 일반에 공개되는규모는 56만㎡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1시간 30분가량 걸어서 돌아본 청남대는 화려하기보다는 정겹고 아담하다는 느낌이었다. 역대 대통령들이 고향에 온 기분으로 맘 편하게 쉬면서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전체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느낌이었다. 일반에 개방되더라도 요란한 행락지보다는 지금처럼 차분하게 걸으면서 사색할수 있는 가족단위 쉼터로 남았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가져봤다. (청주=연합뉴스) 박종국기자 pjk@yna.co.kr